2009년 4월10일 정모(25)씨는 햇살이 가득한 오후 3시께 여의도 벚꽃축제 행사장을 찾았다.

행사장에 도착한 정씨는 가방 속에 숨겨둔 카메라를 거듭 점검한 뒤 서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손가방에는 50원짜리 동전 크기 구멍이 뚫려있었다.

가방을 몸에 밀착시킨 정씨는 몸을 숙인 채 축제를 즐기는 여성들의 뒤를 쫓아다니며 치마 속과 엉덩이 등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다녔다.

정씨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의경이 정씨를 현장에서 붙잡았고 카메라를 뺏어 내용을 확인했다. 카메라에는 여성 수십명의 신체 특정부위가 촬영된 사진과 동영상이 저장돼있었고 결국 정씨는 성폭력 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처럼 봄꽃축제기간에는 성추행범 등 반갑잖은 손님들이 등장해 흥을 깨곤 한다.

음식점 부근에서는 소매치기에게 빈틈을 허용한 취객들이 주머니를 털리고 조명이 설치되지 않은 으슥한 곳에서는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기 일쑤다.

축제 현장에 파견된 한 경찰관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사람이 많이 모이다보니 각종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제7회 한강여의도 봄꽃축제를 맞은 영등포경찰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여의도 봄꽃축제는 18일까지 국회 뒤편 여의서로에서 개최된다. 벚꽃나무 1440여주를 비롯해 진달래, 개나리, 산수유, 목련, 살구나무 등이 한강을 따라 봄꽃터널을 형성하고 수많은 상춘객들이 정취를 즐길 것으로 예상된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평일에는 1개 중대를, 휴일에는 2개 중대를 축제 현장에 배치해 2인 1조로 순찰을 돌리고 있다"며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이들이 형사기동대 및 지구대 대원들과 함께 즉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축제를 개최하는 자치단체들도 범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를 행사장에 배치하거나 해병전우회에 도움을 청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주최 측의 대비가 필수적이지만 방문객 스스로 범죄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찰 관계자는 "축제에 참가하는 여성들이 지나치게 야한 옷을 입을 경우 상대방이 성적 충동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바지를 입는 등 방법으로 과다노출을 피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이어 "될 수 있으면 소지품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고 소지품을 들더라도 날치기를 당하지 않도록 몸 앞쪽에 핸드백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러 어깨를 부딪치거나 발을 밟고 동전을 떨어뜨리면 일단 의심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경찰관은 "어린이 대상 성추행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나들이 때 부모가 자녀와 반드시 동행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만약 성추행을 당했을 경우 즉각 불쾌감을 표하고 큰 소리로 주위에 도움을 청해야한다"고 귀띔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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