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심현민(43)씨는 얼마전 가족과 함께 중국집에서 요리를 주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짬뽕 가격이 4000원에서 500원 오른 것을 비롯해 모든 메뉴 가격이 한 달 전보다 약 10% 이상 비싸졌기 때문이다.

심 씨는 “자장면, 짬뽕 등이 대표적 서민 음식인데 갑자기 가격이 올랐다”며 “중국음식 뿐 아니라 다른 서민용 음식가격도 줄줄이 올라 외식은 이제 어렵겠다”고 말했다.

‘먹을거리’ 가격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밥상 물가와 기름값 고공행진이 한꺼번에 이어지면서 서민 음식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짬뽕에 사용되는 파, 마늘 등의 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해 급등세를 보였다.

19일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대파는 지난해 4월 1480원 하던 것이 현재 108.1% 올라 3080원에 판매됐다.

이어 시금치(86.4%)와 당근(76.8%), 마늘(68.7%)이 뒤를 이었다. 여기에 음식 조리에 사용하는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14.7%, 배달에 사용되는 휘발유 값도 12.7% 올랐다.

지난해 채소값 폭등의 불을 당긴 배추는 10월6일 기준으로 한 포기(2.5kg)에 9800원에 거래, ‘金추’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후 등락을 거듭하다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는 같은 기간 대비 21.3% 내린 평균 2740원에 거래되고 있다.

대파(한단)의 경우 연초대비 3.5% 하락했으나, 전년 동월 대비 108.1% 상승하면서 등락폭이 가장 컸다.

태풍과 지속적인 강우로 인해 출하량이 크게 감소하면 서 지난해 10월에는 한 단에 4130원에 거래되는 등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이후 수입물량 증가, 기온 상승에 따른 작황 호조로 4월 중순 현재 최고점 대비 25% 가량 하락한 3080원에 거래되고 있지만 태풍과 기후 영향으로 상승폭이 워낙 컸던 터라 지난해 같은 달과 대비하면 두 배 이상의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며 ‘銀파’시대를 열어 놨다.

뿐만 아니라 고구마(45.9%), 당근(76.8%), 마늘(68.7%), 시금치(86.4%) 등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문제는 이 같은 상승률이 쉽게 꺾이지 않을것이란 데 있다.

임상민 한국물가협회 연구원은 “작년 한해는 그야말로 ‘배추대란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배추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올해는 재배변적이 늘어나고, 수급상황이 개선되면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점차 안정세를 보일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임 연구원은 “그러나 채소류는 기상변수에 민감한 품목으로 상황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으며, 최근 일본의 지진도 향후 채소류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 생필품 가격도 대폭 올랐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소비자원 티게이트(T-Gate, 가격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생필품 80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 이 중 66.3%인 53개의 가격이 전달보다 올랐다.

24개(30.0%)는 내렸고, 2개(2.5%)는 변동이 없었다. 지난해 10월 48개, 11월 31개, 12월 37개 생필품 가격이 오른 것과 비교해 지난달 가격 상승세가 가장 높았던 것.

80개 생필품 품목에 속하는 241개 상품의 평균 단위가격을 비교했을 경우, 1월에 설탕 '정백당 1㎏(대한제당)'의 100g 가격이 전월 대비 25.2% 올라 가격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어 고무장갑 ‘사랑 고무장갑 중형’ 1개가 24.8%, 분유 ‘프리미엄 명작 1단계 800g’ 100g이 21.0%, 세탁 세제 ‘비트(3.2㎏·6㎏)’ 100g이 20.7%, 고무장갑 ‘PASS 중형 고무장갑’ 1개가 16.4%, 두루마리 화장지 ‘깨뜻한나라 벚꽃 3겹데코 24롤’ 1롤이 15.8% 올랐다.

전문가들은 현재 물가 상승세가 당분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가와 원자재값 급등세가 꺾일 줄 모르는 데다 기후 영향 등으로 수산물 가격 강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유엔(UN)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남획과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해 2015년엔 약 1000만t의 수산물이 부족할 것이란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정부도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물가의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수요측면의 물가지표를 의미하는 ‘근원인플레이션율’이 올해 4분기부터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웃돈 이후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상우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지난 13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분기에는 3.4%정도로 떨어지는 반면, 근원물가 상승률은 3.6%로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물가 상승률 간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이런 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월을 정점으로 내려가겠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이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넘어설 것이기 때문에 내년까지 기조적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것”이라며 “근원물가의 특징은 기조적 물가 오름세로, 근원물가의 움직임을 보면 기조적으로 올해보다 내년 물가 오름세가 높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통상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물가 상승률의 관계를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물가 상승률을 쫓아가는 모습이 일반적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쫓아간다”며 “이는 국제유가 등 공급쪽 충격이 먼저 오고 그 충격이 일반물가로 이어지는 시차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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