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상대의 이야기보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특히 다툼이나 분쟁에 있어서 양편의 이야기를 듣지 아니하고 어느 한 쪽만을 듣다보면 이상한 결말로 이어질 수가 있다. 이 경우에는 갑이 논하면(갑론), 을이 반박(을박)해야 제 맛이다.

동전의 양면, 뒤집을 때마다 조직문화가 달라져

과거, 어느 단체장은 퇴근 후 지역주민과 간담회를 마치고 청사를 지나치면서 불이 훤하게 밝혀진 ○○부서를 보고는 다음날, 부서장을 불러 칭찬을 했다. 단순히 불만 밝혔다고,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 잘하는 베스트공무원으로 선정되어 버린 것이다.

후에 바꿔진 단체장은 역(逆)발상 정책을 펼쳤다.

주어진 근무시간에 무엇을 했기에,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했는지 생각을 바꾸어 보았다. 부서에 단 한 사람만 남아도 전기사용료가 얼마요, 컴퓨터 유지보수비가 얼마인지, 하릴없이 들어가는 초과근무수당은 얼마인지, 그게 모이고 또 모여 수천만 원에 달하는 엄청난 혈세가 낭비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주말에 개최되는 부득이한 행사와는 별개로 평일의 정규근무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라면 조직진단에 문제가 있다고 믿었다. 그 부서 전체를 조직진단의 대상으로 명확한 진단을 내려야 하겠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작년부터 서귀포시는 ‘집중근무제’란 시책을 펼치고 있다. 이 제도의 근본취지는 정해진 근무시간에 집중해서 근무하고, 대신에 정시퇴근 하자는 일종의 역발상인 셈이다. 또한, 매주 수요일은 ‘가정의 날’로 정했다. 언뜻 생각하면 야근을 하겠다는 공무원에게 ‘어서 빨리 퇴근하라’ 종용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다소 획기적인 시책이다.

그런데 이 제도가 시행되고서부터 한 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초과근무수당이 절감되었다고 한다. 더불어 전기사용료 등 공과금이 절감되었고, 실무자는 부서장이, 부서장은 국장이, 국장은 단체장이 퇴근하지 않는다고 덩달아 퇴근하지 못한 채 하릴없이 인터넷이나 뒤척이던 눈치문화가 사라졌다. 자연히 공무원 개개인의 자기계발시간이 많아져 일에 대한 생산성은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기름만 칠하면 돌아가는 기계가 아니다. 따라서 고품질의 서비스는 충분한 휴식과 같은 충전의 배터리에서 얻어진다는 사실 앞에서 우리는 동전의 양면을 체험하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시대와 향수 행정

과거, 우리나라 경제강국의 저력이 새마을운동이라면 그 속에는 국민의 협동심이 있었다. 혼자보다는 둘이, 다섯보다는 열이 힘을 합쳐 어려운 일도 해냈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둘이 모여드는 건 낭비일 뿐이다. 특히 공무원들은 습성상 여럿이 모여들기를 싫어한다. 아마 관주도로 전개되고 있는 전시행정에 치가 떨렸지 않나 싶다.

공직생활을 오래 한 공무원은 과거, 새벽종을 시작으로 거리청소운동을 한 적이 있다. 그들 손에 쥐어진 마대자루에는 수거된 쓰레기량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단지 공직자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단체장은 시민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민선단체장에게 칭송은 곧, 표로 연결될 수 있으니 조직원을 몰아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최근 도내언론 기고에 따르면, 제주시는 소속 직원들에게 마대자루를 쥐어주며 그 옛날 향수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모양이다. 담배꽁초 줍자고 수천만 원에 달하는 초과근무수당을 주면서 행해지고 있는 향수정책이 스마트시대에 과연 합당한 것인지 동전 뒤집기를 주문하는 바이다.

다양한 기법, 일에도 품격이 있는 법.

어느 건축현장에서 책임목수는 인부들에게 일정량의 작업량을 지시하면서 시간에 구애 없이 일이 끝나면 퇴근하도록 했다. 인부들은 일찍 끝내려 쉬지도 않고 집중적으로 일을 마쳤다. 그러나 너무 서둘러 하다보면 부실공사가 되는 법이라 다음날도 그 같은 지시를 내릴지에 대한 판단은 어디까지나 책임자의 몫이라 할 것이다.

최근 행정도 다양한 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하루 8시간을 공무원으로 하여금 편한 시간대를 골라 근무하게 하는 ‘탄력근무제’, ‘유연근무제’도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오전 10시에 출근했다면 저녁 7시에 퇴근하는 제도는 탄력근무제이고, 하루 8시간 중 6시간만 근무하고 나머지는 급여에서 공제하는 제도는 유연근무제도이다. 이런 제도는 최근 급격히 줄고 있는 인구증가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근래 맞벌이가 대세이다. 그런 일상적인 환경을 헤치며 아이들 키우는 것이 만만찮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일 것이다.

아침 시간 1시간은 저녁 두세 시간과 같은 체감을 느낀다. 남편, 아내 그리고 아이들이 집을 나서는 시간이 대개 8시를 기준하여 시스템이 맞추어져 있는데, 이 귀한 아침 시간에 ‘청소 나오라’ 한다면 정해진 틀이 뒤죽박죽일 것은 자명한 일이다.

아이 낳을 환경을 최우선적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정부정책과 달리 과연 이러한 정책이 공무원으로부터, 지역주민으로부터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 동전의 양면을 놓고 뒤집어보면서 갑론을박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세계가 찾는 제주, 세계로 가는 제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이 시대에, 이제 품격 있는 일을 찾아 올인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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