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부터 제주도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공식 협상이 공산품 개방안의 불균형을 일정 수준 해소하는 등 일부 진전을 이뤘지만, 농산물과 섬유 개방안에 대해 여전히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종료됐다.

특히, 미국측이 한국에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12월 미국에서 열리는 5차 협상에서 섬유, 자동차와 함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무역구제 분과에선 양자 세이프가드(SG) 관련, 양자 SG와 다자 SG간 동시적용 금지, 산업피해 조사기간 1년이내 종결규정 등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 냈다.

한미 양측이 12월 4일부터 미국에서 5차 협상을 벌인 뒤 내년 1월 중순 서울에서 6차 협상을 개최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당초 계획했던 협상의 연내 타결은 무산됐다.

◆분야별 쟁점과 전망

◇상품무역.농산물.섬유

공산품 관세 양허안의 불균형 문제는 어느 정도 개선됐다.

미측이 2차례의 개선안을 제시해 그 동안 양허안 협상의 진전에 걸림돌이었던 상품 양허안의 불균형 문제를 일정수준 해소했다는 평가다.

한국측은 이번 4차 협상부터 상품양허안의 골격을 마련하는 등 양측간 이견차를 좁혀 나가기 시작했다며 실질적인 진전을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상품분과가 다른 분과협상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이란 점에서 꽉 막혔던 협상의 돌파구는 마련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측이 양측 양허안간 불균형을 지적하고, 미측 상품 양허안의 추가 개선을 강하게 요구해 중간 단계(3, 5, 10년) 품목 1000개를 '즉시 철폐'로 전환한다는 미국측의 양허 개선안 제출을 이끌어 냈다.

이로써 전체 품목에서 즉시 철폐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 80%, 미국 77%가 됐다.

수출액수로는 한국 74.8%, 미국 60%이지만 이는 미국이 전체 수출액의 23%에 달하는 자동차를 '기타'로 제외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섬유분과는 미측이 첫날 제시한 100여개 품목을 '기타' 에서 '10년 후 관세철폐'로 옮긴 정도의 수정안 수준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농업 분과도 한국측은 토마토 상추 등 야채와 원피(가죽) 아보카도 등을 개방하겠다는 수정안을 냈지만 미측은 이를 거부하고 쇠고기 등을 포함한 개방 요구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통합협정문을 작성키로 하고, 특별 세이프가드(긴급 수입금지 제한조치) 도입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이끌어 낸 점은 성과로 꼽힌다.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는 27일 내외신 기자 브리핑에서 "한국측이 제출한 농산물 양허개선안은 우리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5차 협상에서 더 나은 개선안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커틀러 대표는 "우리측이 제시한 섬유 양허안은 미국 섬유 무역 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어떻게 보더라도 우리측의 섬유 양허안은 한국측의 농산물 양허안보다 강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5차 협상에서 미국측은 한국에 농산물 수정 양허안 개선을 요구하고, 한국측은 미측에 대해 섬유 수정 양허안 재제출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등 압박을 지속할 것으로 보여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서비스/투자.금융서비스.통신

서비스.투자 유보안 협상에서는 지난 2차 협상 이후 진행해 온 양측 유보안의 명료화 작업을 마치고 실질적으로 유보가 필요한 분야를 가려 내, 앞으로 협상의 가속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5차 협상 이전에 수정유보안을 작성, 교환키로 했다.

협정문 협상에서 핵심 쟁점을 제외한 내용에 대해 협정문상의 이견이 상당히 좁혀졌다.

다만,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기존 입장을 고수해 진전이 없었다.

투자 분과에서 일시 세이프가드(수입금지 제한 조치) 도입, 투자자와 국가간 분쟁 해결 절차 내용 등 주요 핵심사항에 대해서는 양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금융서비스 분과에서 한국측은 국책금융기관의 협정 적용 배제를 요구하고, 국경간 거래 개방 범위를 미측과 협의했지만 양측은 제한된 범위의 금융서비스 국경간 거래, 신금융서비스 허용에 대한 협의를 계속하면서, 타협 가능한 문안을 적극 모색키로 했다.

통신.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양측은 기술선택의 자율성에 대해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해저케이블 접근권 보장 등 일부 쟁점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합의를 이끌어냈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전자인증과 전자서명, 전자상거래를 위한 네트워크 이용과 접근에 대한 원칙 등의 조항에는 합의했다.

◇무역구제.원산지.자동차 등

무역구제 분과에선 한국이 '반덤핑관세 부과 유보' 등 5가지를 추가 요구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FTA 협상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양자 세이프가드(SG)와 관련해 양자 SG와 다자 SG간 동시적용 금지, 산업피해 조사기간 1년이내 종결규정 등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 냈다.

원산지 분과에서 한국측은 개성공단 원산지 특례인정 문제가 여전히 관심사항임을 표명했지만 미측은 향후 협상에서 개성공단 물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공산품 분야(섬유 제외) 품목별 원산지기준 협상에서 목재, 모자, 도자기, 귀금속 등 16개 분야에서 합의를 도출했다.

통관절차와 관련해 세관당국간 협력조항, 협정의무 위반시 국내법에 따른 벌칙부과 조항에 합의했다.

한미 양측은 또 자동차 작업반에서 상호주의에 기반한 자동차 표준작업반 도입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자동차 배기량 기준 세제에 대해서는 양측간 이견이 팽팽한 상태다.

한국측은 의약품 작업반에서 '약제비 적정화방안'의 시행은 계획대로 연내 추진할 것임을 미측에 전달하고, 세부내용 협의를 계속키로 했다.

경쟁 분과에서는 한국측이 독점?공기업 의무 관련 수정문안을 제시했으며, 미측도 상업적 고려와 관련 한국측 수정문안의 근본 취지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기업집단(재벌) 관련 각주, 동의명령제 도입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환경 분과에서 협정의 이행감독을 위한 환경이사회 설치, 환경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 문안에 합의했다.

한미 양측은 지적재산권 집행분야에서 가처분제도, 소송절차를 대체할 수 있는 분쟁조정제도 등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총칙 분과는 양측이 모두 당사국인 'OECD 반부패 협약'의 주요 내용을 협정문에 반영하자는 원칙에 합의했다.

한국은 국제투명성기구의 '2006 뇌물공여지수' 조사 대상 30개 나라 중 21위를 차지했다.

◆향후 일정= 제주도 4차 협상에서 농산물, 섬유, 자동차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여전히 이견차를 좁히지 못함에 따라 양측은 타결 시점을 내년 초로 미루고 1월 중순께 서울에서 6차 협상을 갖고 타결을 모색하기로 했다.

양국은 12월 4일부터 미국에서 5차 협상을 벌인 뒤 내년 1월 중순 서울 신라호텔에서 6차 협상을 열기로 했다.

5차 협상 전에 관세 양허안 및 서비스.투자 유보안 수정과 교환 작업이 추진된다.

원산지, 의약품 등 일부 분과는 분과별로 회기간(inter-sessional) 회의를 5차 협상전에 개최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이에 따라 한미 양측이 당초 기대했던 협상의 연내 타결은 무산됐다.

이는 방대한 협상 내용과 현재의 진도로 볼 때 올해 안에 협상을 끝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 것으로 보인다.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는 이와 관련, "7차 협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6차 협상에서 타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김 대표는 특히, 5차 협상에서 무역 구제 부문 협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는 "6차 협상을 한다고 해서 한미 FTA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제주도 4차 협상에서 굉장히 중요한 진전을 이뤄냈고, 앞으로도 진전을 이루기 위해 의지를 갖고 협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제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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