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드르 강남이가/한라산에 방목헌 말 찾으레...

웃드르 강남이가
한라산에 방목헌 말 찾으레 갔단
언치냑 내려 왔덴 소문 들었주게
나도 경마장에 종마 내치카허연
저녁에 술 한 잔 사켄 허곡
제라헌 숫말 한번 접붙여도랜 허젠
우리 암말 모란 간 보난
정낭이
외방 갔젠 세 개나 걸쳐 이서
게도 마당더레 요영 보래보난
말덜도 촐을 와삭와삭 씹엄꼬
댓돌 우틴
말테우리가 신는 가죽 장화영
아주망 코고무신이
팬도롱이 이선
아맹이나
"강남이, 나 와서." 허였더니
사름이 어실 때보다 더 조용허더고
아맹해도 어중구랑허연 솔째기 들어강
문 박기 요라불젠 허단 그냥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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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테우리 사랑

윗마을 강남이가
한라산에 방목했던 말 찾으러 갔다가
어저께 내려 왔다는 소문을 들었거든
나도 경마장에 종마 주문 받을까 하여
저녁에 술 한잔 사겠다 하고
진짜 수말 한번 교배 시켜 달라 하려고
우리 암말 몰고 가보니까
대문에 걸치는 나무 막대가
멀리 외출했다고 세 개씩이나 걸쳐 있더군
그래도 마당 쪽으로 이렇게 엿보니까
말들도 풀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고
댓돌 위엔
말테우리가 싣는 가죽 장화랑
아주머니 고무신이 멀쩡하게 있기에
아무렇게나
"강남이, 나 왔어." 했더니
사람이 없을 때보다 더 조용하더군
아무래도 야릇하기에 살그머니 다가가서
방문을 힘껏 열어버릴까 하다가 그냥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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