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간 가격을 담합해 온 정유업계에 사상 두 번째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는 26일 전원회의를 열고 정유업체 4곳이 2000년 초부터 최근까지 가격담합을 해온 혐의를 확인, 과징금 4348억원을 부과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액화석유가스(LPG) 업계에 부과됐던 6689억원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업체별 과징금은 SK 1379억원, GS칼텍스 1772억원, 현대오일뱅크 744억원, S-Oil 452억원 등이다.

이 가운데 적극 가담한 SK, GS, 현대오일뱅크는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들은 원적관리를 통한 주유소 확보경쟁을 제한하기로 합의 후 실행했다.

2000년 3월 정유 4사 소매영업 팀장들은 석유제품 유통질서 확립 대책반 모임에서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원적관리 원칙’에 따라 원적사의 기득권을 인정하고 타사 원적 주유소 확보 경쟁을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원적지 관리란 일부지역에서 정유사끼리 암묵적으로 상권을 나눠 상대 주유소 영역에 자사 주유소를 내지 않는 담합 행위를 말한다.

아울러 정유사와 계약관계를 종료한 무폴주유소(특정 정유사 이름을 달지 않은 주유소)에 대해서도 기득권을 인정하여 통상 3년 간은 타사 상표로 변경을 제한했다.

이 같은 정유사의 원적지 관리는 가격을 직접적으로 담합한 것은 아니지만 공정거래법상 거래상대방을 제한함으로써 경쟁을 저하시키고 결국 공급가격 인하를 억제하여 부당한 담합에 해당한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또 정유사의 담합이 깨진 것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합의가 최초 이뤄진 2000년부터 지금까지로 보고 있다.

유영욱 시장감시국 시장감시총괄과 사무관은 "그간 소문이 무성하던 정유업계의 원적관리 영업관행 배후에 일종의 불가침 협정과 같은 합의가 있었음을 입증했다"며 "주유소 확보 경쟁이 활발히 이루어질 경우 정유사의 주유소에 대한 공급가격 인하로 최종 소비자 가격 하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가 부과한 역대 사상 최대 과징금은 6689억원으로 SK가스, E1,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액화석유가스(LPG) 공급 가격을 담합한 건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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