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의 거처
-까비루
벗이여,
그대 어딜 가서 나를 찾는가.
눈을 뜨고 보라.
나는 지금 그대 옆에 있나니
나는 사원에도 없고
모스크에도 없고
히말라야 산정에도 없고
카바 신전에도 없고
저 거룩한 의식 속에도
요가의 수련 속에도
출가 수도의 길에도
나는 없다.
그대 진정한 구도자라면
지금 여기에서 나를 보리라.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진정으로 찾는 이여
찾아 헤메는 이여
신(神)은 모든 존재의 호흡 속에 있다.
그 호흡속의 호흡이다.
생각할수록 이 '이여도 사나'의 구절을 맨 처음 창안하여 구전(口傳)시킨 이 고장 선조(先祖)들이 그 빼어난 상상력(想像力)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이상향(理想鄕)을 설정하고 그 이상향을 부르는 그 자체가 우주를 부르고 동시에 힘을 재생산해내는 힘찬 기도! 이어도!! 모든 일이 이루어지게 하는 숨결의 박차, 이어도!!! 이 통찰력(洞察力), 이 달관(達觀)의 예지(叡智), 숭고한 이 고장 선조(先祖)들이 차원(次元) 높은 고난도의 상상력(想像力)!!!! 그 철학, 그 그리움,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떤가? 그 후손들이 맞는가?
그 누가 인생을 바다에 비유했던가.
그 누가 인간은 가슴 속에 그리운 섬 하나씩을 품고 산다 했던가.
인간의 지향하는 소박한 꿈 이여도.
그 꿈을 향하여 저어가는 행동(行動)하는 기도(祈禱)가 어우러진 이여도, 그리고 이여도 사나, 여기엔 그리움이 깃들고 이승과 저승이 경계(境界)를 가르는 시퍼런 모험(冒險)이 있다. 호흡을 맞추어 신명(神命)나게 일로 매진하는 우애(友愛)와 사랑이 물결지고 시련(試鍊)을 극복(克復)하는 파고 높은 율동(律動)과 감동(感動)이 있다. 이여도엔 진실로 인생의 바다를 건너는 인간의 기도(祈禱)가 있고 문명의 정점에서 권태에 빠진 세계를 구원(救援)하는 영혼(靈魂)의 정비소가 깃발 높이 펄럭인다.
- 여러 소란 속에 구겨지고
때로는 상처도 입었던
깃털을 가다듬고 나래를 펼 -
그러한 땅이다.
제주인은 진실로 "누가 보기 전에" 빨리 이여도를 진실로 이해(理解)하고, 이여도를 끌고 갈 수 있는 기상(氣像)을, 즉, 그 "새로운 인간상의 정립을 향한 실천(實踐)전략(戰略)"을 빨리 세워 실행에 옮겨야한다. 섬 고유의 이여도 라는 이상향의 실천철학을 적용하는 선두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인간상의 정립을 향한 실천전략이 바로 이 글에서 주장하는 "백년계의 핵"이다.
- 눈이 밝은 자는 천차만별 속에 평등을 본다. -
- 콜롬브스의 달걀은 또 있다. 그리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발밑에 있다. -
5. 새로운 차원의 神話 해석
1) 새로운 차원의 신화해석(神話解析)
신화(神話)는 "상징적세계의 원초적 형태이다"라는 말이 있다. 무릇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상상력의 보고(寶庫)이다. 원초적 상상력을 언어로 직조해 낸(mythos ; 직조하다의 그리스어원)자기인식의 사고패턴이다. 그 사회의 근원과 존재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하여 언어를 엮어서 일정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 언어의 직조물이다. 인간이 신화를 직조하였지마는 그 신화적인 힘, 신비함, 상상력이 인간을 끌고 간다.
- 그 사회 주변 환경의 근원과 존재에 대한 해답이 되어 주는 사고(思考)의 패턴(paten)은 때로는 그 사회(社會)의 운명(運命)을 예고(豫告)하기도 한다. - 얀.푸벨
새겨들을 말이다.
제주섬에는 신화(神話)뿐만 아니라 전설이나 민담, 민요 등이 다른 어느 지방보다도 많다. 창조(創造)신화(神話)인 설문대할망 신화를 비롯하여 탐라국 개국신화인 고량부 삼성신화 등 조상의 숨결이 깃든 알뜰한 이야기들이 많이 구전(口傳)되어 오고 있다. 놀라운 것은 한반도부에는 없는 창조(創造)신화(神話)나 아름다운이상향(理想鄕)이, 이 외롭게 고립된 제주섬에 오랜 세월동안 깊은 숨소리로 전해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예로부터 이 지방이 다른 어느 지방보다도 척박하고 고립되고, 바람과 거친 파도의 극한 상황의 연속되는 파란만장한 삶을 꾸려 왔다는 얘기가 된다. 이렇게 고립되고 그 어디에도 구원을 받을 수 없는 극한 상황의 연속은 고난도의 투지와 고도의 상상력을 불러 온 결과이다.
그 보다도 더 놀라운 것은 창조신화의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세계의 그 많은 신화들을 보면 그 신화들 중에서 여성이 신화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절해고도의 제주 섬, 이 까마득한 섬에 이미 여성성이 개벽신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창조신화가 존재해왔다는 것은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제 이 설문대 창조신화를 원래의 뜻에 맞게 제목이 암시하는 그 뜻에 맞게 그 해석을 다시 해봄으로서 언제부터 인가 모르게 실추된 이 섬의 명예를 다시 되찾아 와야 한다.
신화의 해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신화의 제목이 주는 어원 분석이 우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화나 전설에 있어서 제목이나 이름, 명칭 등이 정확한 풀이나 해석은 그 방대한 내용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빨리 접근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특히 구전(口傳)에 의존하는 신화나 전설의 경우 오랜 세월동안 대를 걸치며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 오는 동안에 중간 전달자들의 생각이 보태지고 누락되고 하는 과정에서 그 본질이 다르게 전달될 수도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같은 신화의 같은 제목을 놓고도 지방마다 시대마다 그 표현이 다르게 나타남을 본다. 부분적으로 다른 표현 다른 해석에 의하여 진실로 그 신화의 본질적 가치전달에 있어서 그 방향성은 매우 다르게도 나타나는 현상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