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기도 명목으로 돈 뜯어낸 60대 징역형 

칼 하나 대지 않고 유방암 2기 여성환자를 낫게 해주겠다고 속여 돈을 가로채 온 60대 종교인에 대해 법원이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곽민섭 판사는 유방암 2기 환자 A씨를 상대로 안수기도 명목으로 돈을 뜯어 온 혐의(사기)로 기소된 이모(62·여)씨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3년,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가 이씨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9년 6월9일이다.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았던 기독교인 A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으로 "하나님의 성령을 입었다"는 이씨의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광주 동구 모 교회 권사인 이씨는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하신 분, 병명이 나타나지 않는 분은 상담하세요'라는 명함을 만들어 배포했었다.

이씨는 자신을 찾아 온 A씨에게 "칼 하나 대지 않고 5일 안에 병을 낫게 해주겠다. 하나님께서 고치려고 작정을 하셨구만. 내가 병원에서 치료를 못한 사람도 다 완치시켰다. 하나님을 믿지 못하고 병원 치료를 받으면 낫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이씨는 A씨의 환부를 주무르거나 만지며 기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안수기도를 한 다음 안수기도비 명목으로 A씨로부터 6만원을 받았다.

이후 이씨는 A씨를 상대로 매일 한차례씩 안수기도를 하며 돈을 챙겨왔다. 이씨의 사이비 치료는 A씨의 환부가 붓고 열이 나고 고름이 나오는 등 병세가 악화되는데도 계속됐다.

이씨는 "병이 호전되고 있다. 하나님의 특별치료가 들어갔다. 하나님의 기운이 몸으로 들어갔다"며 환부에 무를 갈아서 붙이는 등의 방법을 통해 A씨를 안심시켰다.

더욱이 이씨는 "아버지 섭섭하시죠. 빛이 들어가도록 기도를 했는데도 감사헌금을 내지 않으니 섭섭하시죠. 제 생각인 줄 알았는데 아버지도 섭섭하시죠. 다른 사람들처럼 돈을 조금 냈으면 금방 죽었을 것이다"며 오히려 돈을 더 내도록 A씨를 부추겼다.

또 그는 "난소암에 걸린 환자가 헌금을 더 내지 않아 암이 재발해 사망했다"며 A에게 협박까지 했다.

이렇게 이씨가 목숨을 담보로 A씨로부터 적게는 2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뜯어낸 돈은 1년여 동안 300회에 걸쳐 총 1475만원에 달했다.

이씨의 말에 속아 하나님의 '특별치료'에 의지한 채 병원 치료를 받지 않았던 A씨는 병세가 갈수록 악화되자 이씨를 경찰에 고소했으며, 결국 얼마 뒤 숨졌다.

곽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사기 방법이나 피해자가 입은 피해금액, 초래된 결과 등에 비춰 죄질이 대단히 좋지 않은데다 자신의 잘못도 반성하지 않고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고 있어 엄벌이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단, 곽 판사는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이를 방치한 가족의 책임 또한 간과하기 어려운 만큼 이씨에게 반성하고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더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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