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의 창조신화(創造神話)인 "설문대할망" 신화인 경우 특히나 ‘설 · 문 · 대’ 라는 어원의 풀이는 곧 그 내용의 본질(本質)에 접근하는 핵심(核心)이 됨을 발견한다. 설문대 할망신화의 "할망"이라는 말은 표준어로 할머니라는 말로서 이 신화에서는 모성(母性)과 신적권능(神的權能)을 함께 포함시킨 제주적인 표현이라고 누구나 다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설문대란 무엇을 말하는가? 단순히 아무 의미도 없이 처음에 창작하여 구전시킨 이가 무심코 지어낸 단순한 고유명사인가? 아니다.

 우선 "설문대"의 다른 표현들을 보면,

설문대, 설명듸, 설명뒤, 세명뒤, 세명주 등으로 설명하는 기록들이 있음을 본다.

첫 번째로 "설"자를 분석해 본다.

"설"은 설쉐다, 설날, 설빔, 설움, 서울(설울), 세배, 세초, 애를 설다 등 시작, 열음, 열림, 싹, 싹틈, 정월, 세초 등 시작의 시간과 탄생이 시작됨, 즉 생성의 시작이라는 생성의 원인과 시간적 요소의 합合이다 라고 분석해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문"자를 분석해 본다.

"문"은 설문대, 세명주, 세명듸, 설명듸 등이 설명을 봐서 明(명)자의 변형이라고 분석해 볼 수 있다. 따라서 "문"은 "명(明)의 변형된 말로 밝은 명(明)은 빛을 근간으로 하는 우주의 기(氣)파동 등 모든 변화의 기본요소, 밝음, 열, 광명, 깨우침 등 빛과 그림자까지 모두를 내포하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설문대의 "대"는 "듸"의 변용어이며 "듸" 또는 "뒤"는 "곳" "장소" "땅" 등 공간의 뜻을 지닌다. "듸"는 너른 들판 등을 말하는 표현들이 많다.

위와 같이 개별분석이 되는 바 ‘설 · 문 · 대’의 세 글자를 다시 合하여 해석을 하여 보면, "설문대"는 바로 "밝음을 연 곳" "세상을 처음 연 곳" "밝음과 깨움을 열기 시작한 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므로 "설문대"라는 말은 엄밀히 따지면 장소 공간의 이름이지 인격체의 명칭으로 시작된 말은 아닌 것이다. 또한 단순한 장소, 공간만을 지칭하는 이름만이 아니라,

설(:시간), 문(빛, 빛을 근간으로 하는 변화의 요소들), 대(공간)로 우주철학 바로 그 자체의 설명이 된다. "위대한 시대를 연 위대한 공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리는 지금 위대한 시대 위대한 공간에서 위대한 해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시간 그리고 변화의 요소, 그리고 공간의 세 요소는 바로 우주의 기본 철학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 콜롬브스의 달걀은 아직도 우리 주변에 많다 -

진정한 발견의 길은 새로운 눈을 가지고 보는데 있다.

설문대할망 신화에서 설문대하르방도 나중에 등장하는데 할망이나 하르방은 말 그대로 할머니 할아버지를 지칭하는 제주어이다. 제주의 언어는 보통 의성어(擬聲語), 의태어(擬態語)가 모두 압축적(壓縮的)이며 해학적(諧謔的) 요소와 저돌적(猪突的) 요소(要素)가 같이 압축되어 있는 동명사(動名詞)적 성격을 많이 띤다. 어감으로는 그 발음만으로도 구린 냄새를 싹 없애기도 하고 없는 냄새도 과장하여 잡아다가 코앞에 코시롱허게 바짝 들이밀기도 한다. 제주 섬은 땅이 박하고 일기가 고르지 못하여 삶 자체가 바삐 뛰어야 되는 상황이 많을 뿐 만 아니라 더 고약한 것은 늘 바람이 꽁무니를 쫓아다닌다는데 있다. 사람이 말을 하면 말토막을 싹둑 잘라 여지없이 흩어놓고 마는 것이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사람들이 의사전달을 하고자하는 말은 짧고 단호하고 목소리는 자연히 커지고 구호성 전달이 아니면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어 먹질 않는다. 음파가 바람에 날리고 파도소리에 여지없이 씻겨나간다. 이렇다보니 정다운 사람한테 정다운 의사표시도 겸해야 하는 바 정든 짧음을 귓가에 바짝 들이대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해학적(諧謔的) 표현(表現)으로 나타나게도 되는 것이다. 또한 압축적(壓縮的)이며 동명사적요소를 지닌 명사들이 탄생하게도 되는 것이다.

아버지, 아방(나를 방어해 주는 이)

어머니, 어멍(어질고 먹을 것을 주는 이)

맨도롱(아직 열기가 남아 있는 상태). 또꼬망(항문).

이 또꼬망은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이 말을 표준어 세 글자로 표현하면 냄새가 진동(震動)한다. 여류소설가 한림화 님의 소설들을 보면 그 내용도 참신하고 재미가 있지만 더우기 이러한 냄새 효과를 적극 활용하는 구절들이 많아 독자들을 훌린다. 훌린다는 말은 꼬인다, 대중적 꼬드김에 빠트린다는 뜻이다. 이렇듯 제주어는 제주특유의 절대(絶對)환경(環境)에 적응(適應)하기 위한 압축(壓縮)전달(傳達) 의사표시(意思表示)의 방편이었으나 요즘 가끔 컴퓨터에 머리를 디밀고 보면 신세대 외계어 들이 많이 보인다. 은어적 줄임말과 의태 표현적 압축전달 용어들이 많다. 제주어가 절대 환경 아래서 어쩔 수 없는 상상력에 의해 탄생된데 반하여 절대 환경이 아닌 상황에서도 시간절약적요소를 담은 은어(隱語)들이 많이 보인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요즘 세상의 기상(氣象)상태(狀態)는 제주의 바람보다도 더 센 모양이다. 제주바람보다도 더 센 문명(文明)의 독소(毒素)를 잔뜩 품은 바람이 강한 회전력으로 회오리를 일으키는 모양이다. 세상이 그렇게 빨리 돈다는 말도 될듯하다.

어쨋든 설문대 창조 신화는 그 제목 자체에서부터 우주(宇宙)철학(哲學)의 근본(根本)에 바짝 다가앉아 있다. 아마도 이 설문대 창조신화를 맨 처음 구전(口傳)시킨 이는 필자가 발견하여 피력하고자 하는 제주 섬의 지형암호(地形暗號)를 이미 해독(解讀)하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설문대할망 신화의 ‘설 문 대’ 라는 그 제목이 주는 숭고한 뜻 숭고한 이미지와는 달리, 지금 시중에 채록되어 있는 설문대할망 신화의 내용들을 분석하여 보면 이야기의 전개과정에서 나타나는 내용이 제목이 주는 숭고한 뜻과는 많이 다름을 보게 된다. 제목이 뜻하는 바에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고 그 초점에서 많이 비켜선 내용이다. 이것은 아마 이야기가 구전되어 내려오는 과정에서 그 어떤 이유에서건 그 본질적 내용이 와전되는 현상이 많이 발생했다고 보아진다. 변방천시의 유교적 영향에 의해 의도적으로 깎여 내려졌거나, 또는 무지한 지도자가 힘을 발휘했던 시기가 있었거나,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 내려오는 과정에서 점점과거에 뒤처지는 이해와 해석능력의 퇴보를 발견하게 된다. 특히 다른 어떤 신화와는 달리 이 설문대할망 창조신화는 그 ‘설문대‘라는 이름에서 부터 우주철학에 접근해 왔으므로 이 신화의 내용이 정확한 재해석이야말로 이 지역의 정체성과 자랑과 긍지(矜持)를 되찾는 근본적 "곡(轂)"이 된다 할 것이다. "곡(轂)"이란 수레바퀴의 바퀴살이 중심으로 모여 하중(荷重)의 무게를 축(軸)으로 전달하는 쇳덩어리를 말한다. 앞으로 해석(解釋)해 보고자 하는 ’창조여신 설문대‘ 신화는 필자가 어린 시절 할머니와 부모님께서 들려 주시던 그 때의 기억과 현재 제주에서 발간되어 있는 책자들에서 그 줄거리를 삼아 새로운 해석적 내용을 전개해 보려한다. 이하 설문대할망은 여신설문대로 설문대하르방은 그대로 설문대하르방으로 표기하기로 한다.

(제주민속박물관장 진성기 님의 저서인 "신화와 전설" 中 "설문대할망과 설문대 하르방"의 줄거리를 주로 채용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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