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多事-多難). 오세훈 서울시장의 1년을 요약할 수 있는 한자성어다.

전국적으로 야당이 강세를 보였던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고전 끝에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꺾고 연임에 성공한 오 시장에게는 '여소야대'라는 생경한 정치환경이 주어졌다.

시의회 절대 다수당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과의 관계에서 '허니문 기간'은 짧았다.

6·2지방선거의 최대 화두인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의 산물로 규정한 오 시장에게 무상급식 전면실시를 추진한 진보 시교육감과 시의회와의 갈등은 필연적이었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결국 지난해 말 무상급식 전면실시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하면서 폭발했다.

'시정협의 중단'이라는 오 시장의 맞대응이 이어지고 이에 시의회가 '한강 르레상스'로 대변되는 오 시장의 중점시책 사업 예산 대부분을 깎으면서 양측의 갈등은 접점을 못찾은 채 평행선을 그었다.

◇문제는 밥만이 아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무상급식이 단순히 '밥굷는 아이에게 밥을 주자'는 단순한 의미는 아니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무상급식은 양극화가 심화된 21세기 한국사회에서 필연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복지강화의 수위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시의회는 6.2지방선거 압승의 동력을 전면적인 무상급식 실시에서 찾았다. 이에 반해 오 시장의 입장은 다소 미묘하다. 여권의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 전패 위기 속에서 기사회생한 오 시장에게는 시장자리와는 별개로 유력 대권주자라는 타이틀이 주어졌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오 시장이나 시의회에게 무상급식은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국민적 요구라는 현실과 재정적 여건이라는 또다른 현실 사이에서 차기대권주자로서 오 시장이 선택한 것은 후자였다.

오 시장에게 무상급식은 단순히 지자체장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실시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던 것이다.

◇끝없는 시회와의 갈등…해법은 주민투표?

무상급식으로 빚어진 시의회와의 갈등은 곧바로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핵심인 서해뱃길 사업으로 이어졌다.

강공드라이브는 오 시장이 먼저 걸었다.

지난해 말 시의회의 관련 예산삭감으로 공사가 전면 중지된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는 예비비 투입이라는 강수 속에 올해 2월 재개됐다.

오 시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수당인 민주당을 겨냥, '의회독재'라고 규정한 오 시장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무상급식의 정당성을 묻는 주민투표를 추진하게 이르렀다.

시의회가 주민투표 관련 조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맞대응했지만 오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 시장은 시정질문에 출석하라는 민주당의 압박을 외면한 채 각종 간담회와 인터뷰를 통해 장외싸움에 주력했다.

이달들어 오 시장이 6개월만의 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 출석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시의회와의 관계개선을 위한 단초가 마련되는가 싶었지만 이는 예상에 불과했다.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에 의해 주도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오 시장의 의회출석 사흘 전인 17일 정식으로 청구되면서 갈등의 골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넓어졌다.

오 시장이나 민주당이나 8월께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의해 정치적 생사가 갈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시정전념과 대권출마의 딜레마

현재로서는 오 시장이 지방선거 전후로 공언했던 '시정전념'이라는 말은 사실상 공수표가 됐다.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흘러나오는 '시정보다는 국정에 전념한다'는 비아냥은 무상급식이 시정을 통째로 삼킨 현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한강 르네상스 전반의 부실을 지적하는 감사원의 최근 조사결과도 오 시장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정치적 상황에서도 보수 정치인으로서의 오시장의 입지는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차기 대권주자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복지카드를 남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적 현실을 꼼꼼히 따지고 미래가치까지 계산해 야당과 정면대결하고 있는 뚝심은 그동안 귀공자 같은 이미지로서만 세간에 각인되던 오 시장의 정치적 위상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다.

이때문에 적지않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 한 해는 넓게보면 한국 정치지형도에 '오세훈'이라는 이름 석자를 오롯이 새긴 시기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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