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를 통과시키자 6개월 동안 시정협의를 거부하고 시의회와 치열한 장외대결을 벌여왔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장내로 돌아왔다.

오 시장은 지난달 20일 시의회 정례회에 출석해 민주당 시의원들과 반년만에 조우했다. 시정질문 사흘 내내 가시 돋친 비판이 쏟아진 것은 당연지사.

지방자치시대 개막이래 지자체장이 이처럼 장기간 시정질문을 거부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주변에서 쏟아진 비난의 낙진을 고스란히 맞은 채 혈혈단신 '호랑이굴'에 들어선 오 시장.

물론 그가 무장해제한 채 시의회에 출석한 것은 아니다. 그에게는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주민투표 카드가 있었다.

뉴시스는 오 시장의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1일 시장 집무실에서 그를 만나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둘러싼 논란을 중심으로 다사다난했던 시정살림 전반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인터뷰 내내 오 시장의 목소리에는 시종일관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재정적 여건이나 후손의 고통을 고려치 않은 채 무상복지의 유혹에 포섭돼 대중의 표를 구걸하고 있다며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했다.

동시에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정치권을 휩쓸고 있는 무상복지 열풍을 잠재울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의 장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다음은 오 시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1주년을 축하드린다. 요즘, 사석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무엇인가?

"사석에서 만난 분들은 서울시민의 3분의1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할지를 가장 많이 물어본다. 나라의 운명을 위해 중요하긴 하지만 과연 공휴일이 아닌데 3분의 1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3분의 1 투표율을 확신하는가.

"서울 중구청장 재보궐 선거할 때 3분의 1에 가까운 31.4%가 투표에 참여했다. 분당과 김해을 선거는 전국적인 관심사였지만 중구청장은 별로 시선을 못 끌었던 선거였다. 하지만 유권자 의식이 매우 높아 투표율이 31.4%가 나올 수 있었다. 무상급식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을 서울 시민은 다 알고 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순항할 수 있는지는 '과잉복지'를 하느냐 안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걸 알만한 분들은 지난 몇개월을 거치면서 다 알고 있다. 3분의1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해야겠다."

-선거법상 민주당으로서는 공식적으로 투표 저지운동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추세로 보면 아직까지는 민주당에서도 대응방안을 100% 결정한 것 같지는 않다. 적극적인 (주민투표 반대의견)참여를 하지 않고 속된말로 '김빼기 작전'이라고 할까 그런 쪽으로 의논을 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고 한다. 그쪽 진영 생각으로 하면 실리는 있지만 명분이 있느냐,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돈 문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주민투표에 소요되는 예산이 180억원이라고 한다. 적잖이 부담될 수 있을텐데….

"큰 돈이다. 쓰지 않았으면 더 좋을 뻔 했던 돈이긴 하다. 큰 돈이지만 투자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액수로만 따져도 서울에서 연간 초중학교만 무상급식을 하는데 내년에 5000억원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작년 물가 기준으로도 4000억원이 든다고 했다. 식자재값이 아시다시피 많이 올랐기 때문에 최소 4000억원에서 5000억원이 들어간다. 일년에 5000억원씩이나 들어가는 사업은 서울에 없었다."

-딴 쪽으로 얘기가 샜지만 청계천 복원사업에만 3000억원이 들어갔지 않은가?

"보통 그쪽분들 용어로 토목건축이라 폄하하는데 그런 사업은 1회성이다. 하지만 무상급식은 매년 들어간다. 액수로만 따져 봐도 그렇다. 이 투표가 가지는 상징성이다. 만약에 투표의 결론이 나오면 그 투표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이 움직일 것이다. 과잉복지 안 된다는 판단을 해주신다면 총선 대선에서 등장할 수많은 포퓰리즘 공약을 막는 효과가 생길 것이다. 그만큼 성장동력에 쓸 수 있는 예산이 커지는 것이다."

"나라의 앞날 결정하는데 그것(주민투표 소요비용)을 아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충분히 의미 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주민투표를 안 하기 위해, 거기까지 안 가기 위해 정말 사력을 다했다. 지금 묻혀 졌는데 작년 12월 올해 1월 달에 교육감과 시의회에 간곡한 제안을 했었다. 초중학교 학부모님들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하자, TV토론하고 각자 편지 한통씩 띄우자고 했다. 전면 무상급식과 저소득층 무상급식이 가지는 의미나 장단점을 충분히 알려드리고 TV토론 한 번하고 나서 학부모 상대로 판단을 해달라고. 저로서는 양보한 안이었던 것이 수혜를 받는 분들 상대로 해서 전수조사를 해 결과가 나오면 따르겠다는 것이었다.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은 시의회다. 이제 와서 80만명 서명 끝나니까 주민투표에 드는 180억원이 크다는 논리를 내세우는데 지금 설명 드린 몇 가지를 놓고 생각해보시면 판단이 설 것이다. 지금 YTN, 중앙일보 여론 조사한 것을 보면 서울시민 60%가 주민투표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판단은 거기서 끝났다고 본다."

-포퓰리즘 이야기를 하셨다. 정치인들은 투표로 먹고 사니까. 한나라당 내부에서 후보들이 공약 내놓는 것을 보면 민주당과 다른 게 없다는 얘기가 있기는 하다.

"그래서 주민투표가 필요한 것이다.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게 선거 때가 되면 여야를 막론하고 유혹을 받는 일이다. 표가 된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내년 총선하기 전에 필요한 것이다. 시민들이 당장 혜택 받는 것 때문에 좌지우지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시민의 힘으로, 유권자의 힘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돈문제를 꺼냈으니 한마디 여쭙겠다. 전임 이명박 시장시절에는 재정적자를 줄이면서 많은 일을 했다. 오 시장께서 재정적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다. 인정한다. 하지만 얼마든지 설명이 가능하다. 'downsizing(감량경영)'하기 위해 들였던 노력은 전임 시장 시절보다 더 크다. 서울시 공무원 정원 10% 줄어든 것 알고 계신가? 산하단체도 13% 줄어든 것 알고 계신가? 그런 것을 보셔야 한다. 빚은 일을 많이 하면 늘어난다. 예를 들면 산하단체까지 빚이 25조원 되는데, 본청기준으로 5조원이다. 산하단체는 SH공사, 서울메트로 같은 곳의 빚이 20조원 정도 된다. 20조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SH공사 빚이다. 그게 눈에 띄는 것이다. SH공사 일이라는 게 택지(宅地) 사업이다. 택지사업 하면 빚이 늘어난다. 하지만 초기에만 들다가 줄어든다. 올해부터 마곡지구 분양하는데 분양 시작하면 돈이 들어온다. 마곡지구에만 땅 매입하고 수용하는데 4조원이 들었다. 그 것을 빚을 졌다고 자꾸 하면 SH공사 일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돈'이다. 시차가 있어서 사업초기에는 빚 그래프가 늘었다가 분양하면 원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가 설명되는 것이다."

"두번째는 빚이 늘어난 것인데, 우리나라 중앙정부나 전 세계 중앙정부가 다 늘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문이다. 당시 모신문 사설 뒤져보라. 확장재정, 적자재정 펴라 하셨다. (금융위기)이것 극복하지 못하면 큰일 난다고 했다. 왜 정부는 가만히 있나, 왜 적자재정 안 하냐 사설로 주장을 펼쳤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책임을 시장한테 묻는다. 살림 잘못한 게 아니다. 경제위기 극복하기 위해서는 들어오는 것보다 풀리는 게 많아야 극복되는 것 아닌가. 당시 정부가 나서가지고 경제위기 극복회의하면서 '중앙정부가 솔선수범해서 적자재정 할테니까 지방정부도 따라 달라'고 했다. 국가적인 시책이 그랬다."

-SH공사는 그런 부분이 있는 반면에 공공요금 못 올리니까 재정부담이 상당히 늘어나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버스, 지하철 상하수도 요금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어떻게 해결하실런지.

"(재정적자에는)그런 것도 있다. 서울시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통 문제는 다 연계가 돼 있다. 사실은 인천시가 가장 적극적이다. 인천, 경기, 서울이 함께 논의하고 있는 단계다. 상하수도 요금도 몇년째 동결돼 있다. 올해중에 최소한 물가상승률 밑으로는 검토를 하자 그런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물가 부분이 화두다. 서울시장으로서 그 부분과 관련해서 생각해 두신 것은?

"어떻게든 물가를 잡는 것은 중요한 국가적인 화두가 돼 있다. 고환율 정책을 펼쳐온 영향도 있었고, 실제 원재료 가격이 많이 올랐다. 통계자료로 입증이 되는 것이고, 경제위기 극복하는 과정에서 아까 말씀드린대로 적극적인 재정확장정책하면서 돈이 많이 풀려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여러가지 요인이 겹쳤는데 특히 서민이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기초적인 식자재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국무회의 들어갈 때마다 화두가 되고 있다. 서울시도 물가에 관한한 중앙정부와 철저히 공조해서 한다. 콘셉트는 설명할 수 있고, 디테일은 쉽지 않지만 뛰는 물가를 잡기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공공요금 인상이 문제다. 이게 상반기 때 눌러놓으니 하반기 때 부담이 되는 딜레마에 빠져서 굉장히 고민이 깊다. 물가인상을 말아야 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공공요금 인상을 논의하지 않을 수 없는 이중적 딜레마다. 아주 고통스럽고 고민스럽다."

-지하철 요금도 서울보다 싼 데가 없다. 대책을 내놔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요금을 올리는 것을)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일종의 '교통복지'의 개념으로 보기 때문이다. 주로 저소득층이 이용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대중교통를 많이 이용하도록 유도해야 승용차 이용자제 등 여러가지 교통패턴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요금인상을)세게 눌러났다. 하지만 더 이상 지하철 양 공사나 버스업체의 적자를 용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고민스럽다."

-오 시장은 올해 한국나이로 50세라 하지만 여전히 젊은 느낌의 이미지다. '21세기형 정치인'이라는 평답게 개인 블로그로 시민들과 소통도 하신다. 오 시장의 뉴스는 주요 포털에서 비중있게 다뤄진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안티'도 있다. 안티라는 것이 정치인에게 큰 자산이기도 하지만 요즘 악성댓글 때문에 자살하는 연예인도 있을 정도로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댓글 많이 보시나?"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댓글을 읽다보면 애정을 바탕으로 해서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안티가 있고 인신공격적인 안티가 있다. 저도 사람이다 보니 인신공격적인 댓글을 보면 사실 도움은 안 된다. 정책을 수정하고 보완토록 하는 댓글이면 좋겠다. 애정을 바탕으로 한 댓글이 보이면 숙독한다. '아, 이분은 애정 가지고 있구나.' 건전하게, 뭔가 정책을 업그레이드하게 만드는 댓글은 저한테 큰 영향을 미친다. 인상비평 또는 오로지 반감을 바탕으로 하는 댓글인 경우에는 보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댓글을 되도록이면 보려고 노력한다. 직접 보지 못하는 날은 주변으로부터 분위기라도 전달을 받는다."

-댓글이 여론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말인가?

"이런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정치인이니까 알고 있어야 하니까."

-정치·경제 모든 부분에서 '임기초반이니까 밀어 부치고 싶다'고 생각하는 정책은?

"올해는 모든 화두가 일자리 창출이다. 거의 간부회의 때마다 매번 강조하는 것이 지난 6개월 동안 일자리 창출이었다. 일자리창출은 기존 서울시 공무원 사고에서는 '경제진흥본부에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다. '나는 내 일만 하면 된다', 그 틀을 깨려고 생각한다. 조만간 일자리창출 대토론회를 열고 계속 추진할 것이다. 모든 부서의 장들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관련해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느냐, 그런 생각을 '체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일자리 창출은 어떤 가치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한다. 거창하게 무슨 프로젝트를 하고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공무원들 사이에서 일자리 창출이라고 하는 것이 '너와 나의 모두의 일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려고 한다. 올해는 당초 목표했던 25만개 일자리 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다수다. 이들과의 관계 같은 것은 어떻게 풀어가겠는가. 서울시에서 예산 안 준다고 불평이 많다.

"안 주는 게 아니라 못 주는 것이다. 피치 못할 사정때문에 빚이 늘었다. 물론 국제기준으로 보면 경제건전성은 A+다. 서울 일년 예산대비 부채가 13%, 도쿄는 100%다. 서울 재정은 건전한 편이다. (시의회가)빚이 늘었다 비판을 하지 않는가. 그래서 2014년까지 경제위기 전까지 줄이겠다고 했다. 공감대이지 않은가. 언론도 만들어준 공감대다. 빚을 줄이는데 (시와 구청)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야하지 않는가. 시의회도 들어서자마자 빚이 많다고 그랬다. 그래서 '당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면 빚 줄이겠다'고 했다. 올해 서울시 예산을 10~15% 줄였다. 자치구도 이러니 여유 있겠나. 하지만 시가 풍족하게 쓰면서 안 주는 것이 아니다. 2008년 경제위기 전까지 줄이자, 허리띠 졸라매자, 읍소를 하고 있는 것이다. 돈 이외 상황은 당정과 무관하게 실무담당이 반대하더라도 제가 생각해서 맞으면 과감하게 해주고 있다. 구청장님들이 사실 예산 때문에 불만 있다. 여유 있게 쓰고 싶은데 취임 첫해 (예산지원이)안 되니까 상당히 힘들어하는 것 안다. 그래도 특별히 말씀 안하는 게 여건을 아니까 다 이해하고 함께 협조해주는 것 같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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