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7·4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홍준표 대표가 3일로 취임한 달을 맞았다.

여야 정치권은 대체로 '외치'는 성공적, 내치는 '반타작' 내지 '미약'이란 평가를 하고 있다.

홍 대표는 당직인선을 둘러싼 갈등으로 다른 최고위원들과 내홍을 겪으면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우여곡절 끝에 사무총장과 대변인, 여의도연구소장 등 1차 당직인선은 마쳤다. 지명직 최고위원 두 자리는 여전히 인선을 못한 상태다.

친서민 행보를 주도하는 과정에서는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 원내대표단과 갈등을 빚으며 분란이 생기기도 했다. 또 여기자에 대한 막말과 대통령 비판 발언 등이 구설수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반면 취임 한 달 동안 당내부에서는 당직인선을 통한 세력 개편과 당·청 관계 재정립, 당 밖에서는 친서민 대외행보에 주력하며 안팎으로 폭 넓은 정치행보를 선보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주로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리는 고위 당정청 회의를 국회에서 개최하는 등 예고했던 '당 선도론'을 일정 부분 실현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거뒀다.

◇'이것이 홍준표 체제'…당 주도의 과감한 민생행보

홍 대표는 취임 이후 거의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외부일정을 소화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는 취임 한 달간 이명박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경제5단체장 등 정재계 인사를 만났을 뿐아니라 한국노총, 참여연대, 조계종 등 노동계와 종교계, 시민사회단체 까지 빼놓지 않았다.

이 같은 와중에 충남 논산 수해지역과 서울 수유 전통시장 등 현장 방문과 더불어, 한나라 포럼 강연과 관훈클럽 토론회, 각종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국회 국빈식당에서 고위 당정회의가 소집되면서 청와대와 정부 주도의 당·청·정 관계의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제시했다고 해도 국회가 이를 완결 짓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당 중심의 국정 운영을 강조했다.

지난달 말부터는 집중 호우로 피해를 입은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현장과 경기 연천일대 등을 돌며 수해복구 자원봉사 활동에 매진했다.

이번 주에는 공식 당무회의를 열지 않기로 했지만, 특별한 휴가 일정을 계획하는 대신 지역구에서 머물며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과 하계 정국구상에 매달릴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구설수와 내부 견제로 '곤혹'

적극적인 홍 대표의 대외행보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그의 솔직한 직설화법은 야당이 공격하기 좋은 '호재'가 됐다.

홍 대표는 취임한 지 이틀 뒤인 지난달 6일 김영삼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큰절을 하고 "나는 YS(김영삼) 키즈"라고 발언하면서 야당의 공세를 받기 시작했다.

취임 열흘 뒤인 지난달 14일엔 야당의 저축은행 비리연루 의혹의 진위를 묻는 여기자에게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는 발언을 해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야당은 '양아치' '폭군'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홍 대표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 다음 주에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소신 발언이 화제가 됐다. 홍 대표가 '한나라 포럼' 강연에서 "이 대통령은 다 잘하는데 정치는 잘못한다"고 한 것. 이번에는 같은 당의 중진의원인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까지 나서 자제를 촉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최고위원 시절 당 서민정책특별위원회를 이끌었던 홍 대표의 적극적인 정책행보는 당 원내대표단과의 마찰을 불러 일으켰다.

홍 대표는 지난달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KTX 사고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질타하는 이 의장에게 "야당 정책위의장인지, 여당 정책위의장인지…"라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반면 홍 대표가 서민특위 위원장을 겸직하려다가 무산된 것은 이 의장을 비롯한 정책위의장단의 강한 반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총장 끝나니 지명직 최고위원…산 넘어 산

홍 대표는 지난 12일 신임 사무총장에 재선의 김정권 의원, 대표비서실장과 대변인에 각각 이범래, 김기현 의원 등을 임명하는 당직 인선안을 강행했다.

계파와 지역을 아우르며 압도적인 지지로 전당대회에 당선된 홍 대표였지만, 당직인선 과정에서는 친박(친박근혜)계의 유승민 최고위원과 친이(친이명박)계 원희룡 최고위원 양쪽의 반발에 시달려야 했다.

이들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도중 회의장을 박차고 나와 기자회견을 갖고 홍 대표의 당직 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나머지 당직은 철저하게 계파 배분 원칙이 우선됐다. 사무1부총장은 친박계 이혜훈 의원, 사무2부총장은 친이계 이춘식 의원이 임명됐고, 여의도연구소장직은 쇄신파 정두언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일단락된 듯 보였던 당직인선은 이번엔 지명직 최고위원을 놓고 불거졌다.

홍 대표는 지난달 27일 호남권 대신 충청권 인사 2명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는 제안을 했지만, 다른 최고위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홍 대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표를 받을 수 있는 충청권에 집중하자며 호남권 최고위원을 임명하지 않고 충청지역 인사인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과 정우택 전 충북지사 카드를 제시했다.

그러나 다른 최고위원들뿐 아니라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까지 반대의사를 밝혔다.

홍 대표는 공식 당무회의를 개최하지 않는 이번 주에 가족들과 짧은 휴가를 보낸 뒤 오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직인선 문제를 재논의할 예정이다.

취임 갓 한 달이 지났지만 홍 대표의 앞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비준안, 북한인권법 처리와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통과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제 홍 대표는 대외 행보 보다는 당내 최고위원들과 조화와 시스템적인 당 운영, 여야 협상 등에 무게를 둬야 할 시점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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