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 진퇴를 연계하지 않는 대신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일단 오 시장은 여권내 적지 않은 적군을 우군으로 돌릴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오 시장은 이명박 대통령 레임덕과 맞물리면서 당내 최대세력으로 부상한 친박계로부터 사실상의 견제를 받아왔다.

이는 오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디딤돌 삼아 보수세력을 결집시켜 박근혜 전 대표를 제치고 한나라당 후보로 내년 대선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의심에서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당 차원의 총력지원을 갈구하는 오 시장으로서는 이같은 의심의 눈초리가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비판 못지않은 '걸림돌'이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날 불출마 선언으로 이같은 의심을 씻고 친박계와 무상급식 투표율 제고를 위한 공동전선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함께 친박계와 마찬가지 이유로 자신에게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한 여권 '잠룡'들과의 관계도 개선될 여지가 생겼다.

시장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에 따라 주민투표 패배 시 갖게될 내상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의미도 있다는 분석이다.

오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작년 지방선거에서 저를 선택해준 서울시민 유권자 여러분의 엄중한 뜻"을 시장직 유지의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오 시장은 "마지막까지 고민을 했다. 참으로 깊은 고민을 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결심을 하지 못했다"며 ""첫째는 작년 지방선거에서 저를 선택해준 서울시민 유권자 여러분의 엄중한 뜻이다. 시민들은 시의회 4분의 3, 구청장의 5분의 4를 야당 후보를 선택했으나 시장은 나를 선택했다. 그 뜻이 이번 고민에서 제가 시장직 거취를 연계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서울은 경기와 함께 여권의 완전한 몰락을 막아준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시장직을 내걸고 한판 도박을 걸기에는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수해와 경제난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치러지는 주민투표의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시정중단'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현실화되고, 뒤이은 보궐선거에서 오 시장의 부재를 틈타 야당이 승리할 경우 오 시장이나 여당에게는 '쓰나미급' 역풍이 불것이라는 전망은 되레 야당보다 여당쪽에서 더 많이 나왔다.

이때문에 오 시장의 이날 시장직 유지와 대선불출마를 함께 내건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대선불출마 선언이 주민투표 참여율을 높이는 데 얼마나 큰 기여를 할지는 두고봐야한다는 조심스런 지적이 많다.

이는 투표자들인 서울시민들의 관심이 대선불출마보다는 시장직 진퇴여부에 쏠려있던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오 시장도 시장직을 걸 경우, 5% 정도의 투표율 상승을 기대한다는 발언을 공공연히 해온 처지다.

주민투표로 인해 한껏 대선주자로서의 인지도를 높였지만 여전히 경쟁자들에 비해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지지율도 대선불출마선언의 파괴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이 이날 "오 시장의 대선 출마여부는 우리의 관심사항도 아니고 우리는 오 시장을 대선주자감으로 생각지도 않는데 무슨 뜬금없는 발표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이나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이 "오 시장은 착각하고 있다. 대선 불출마가 본인에게는 절체절명의 사안일지 모르나 서울시민의 바람과 무슨 연관이 있느냐"고 비판한 것은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 도중 눈시울을 붉히는 등 대선불출마의 진정성을 알리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한된 현실의 틀 안에서 오 시장이 내건 나름의 승부수가 24일로 예정된 주민투표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지 귀추가 주목된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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