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24일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큰 의미를 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비록 오세훈 시장이 적극적으로 전면적 무상급식 반대전선에 나섰지만 이는 정치적 판단의 문제일 뿐, 시정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시선 탓이다.

하지만 투표일을 사흘 앞둔 21일 오 시장이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 진퇴여부를 결정한다고 선언함에 따라 이같은 분위기는 일순 반전됐다

자신들의 수장의 진퇴문제가 걸린 만큼 시청 공무원들은 24일 오전부터 삼삼오오 모여 TV모니터를 지켜보며 투표율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들은 투표함 개봉을 위한 최소 요건이자, 오 시장 승리의 바로미터인 투표율 33.3% 달성이 어렵다는 대다수 언론들의 전망과는 별개로 오 시장이 시장직 진퇴를 공언하며 보인 눈물이 표심을 자극해 '기적'을 이룰 수도 있다는 희망을 내보였다.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13층에 마련된 상황실은 이같은 기대감이 집결한 곳이었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와는 별개로 투표참여율을 집계하는 40여명의 서울시 공무원들의 눈길에는 비장함마저 엿보였다.

오전 7시를 기준으로 투표율이 1.7%로 나온데 이어 2시간 뒤인 오전 9시 투표율이 6.6%로 나타나자 이같은 비장함은 기대감으로 바뀌는 듯했다.

이 시간대의 투표율은 지난해 6.2지방선거의 같은시간대 서울지역 투표율에 비해서는 낮지만 4.27 중구청장 재선거의 6.1%와 2008년 교육감 재보선의 2.6% 보다는 높은 수치였다.

일부 직원들은 "40%를 넘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1시간 뒤인 오전 10시께부터 분위기는 경직되기 시작했다. 참여율 증가폭이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데다 주민투표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강남3구의 참여율도 예상보다는 낮은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오전 중에 측근들과 함께 현충원 참배를 마친 뒤 집무실에서 투표상황을 지켜보던 오 시장은 11시께 상황실을 찾아 투표상황을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상황실장으로부터 투표율을 보고받았다.

오 시장의 낯빛은 전날 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한듯 흙빛이었다. 오 시장은 투표율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비관도 낙관도 할 상황은 아니며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지금 끝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특유의 자신감이 묻어나지는 않았다.

낮 12시를 기점으로 투표율이 13.4%에 머물자 분위기는 급속도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이 수치는 이번 주민투표와 여러모로 비견되는 중구청장 재선거 때 15.0% 보다도 낮은 것이었다.

중구청장 재선거 최종 참여율은 31.4%로 투표함 개봉을 위한 33.3%에 미치지 못했었다.

오후 2시 들어 참여율이 제자리 걸음을 하며 반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자 상황실은 물론 시청 사무실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33.3% 달성이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분위기였다.

오후 3시 투표율 18.4%에 그치자 주민투표 이후를 걱정하며 향후 시정운영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자위와 원망을 내놓는 이도 적지 않았다. 오 시장의 참모진들은 "한나라당이 총력지원을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다"며 "당 지원 없이 나름 선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다수 공무원들은 오 시장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시정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현실화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일부 공무원들은 "중도층 직장인들이 퇴근 무렵 투표소를 찾는다면 6시 이후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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