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는 서울시의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가 사실상 패배로 끝났음에도 불구, 애써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25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당초 당과 사전조율 없이 주민투표 추진과 시장직 연계 등을 결정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책임론, 보궐선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오 시장의 사퇴시기 등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투표율을 보고 저는 오히려 서울지역 총선의 희망을 봤다"며 "내년 총선이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지만 우리 모두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고 독려했다.

홍 대표는 "비록 투표율이 33.3%에 미달해 개함하지 못해 안타깝지만, 민주당과 야당의 비겁한 투표 방해공작과 투표거부운동이 자행된 점과 평일인 점을 고려하면 투표율은 매우 높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당은 이번 투표를 계기로 더 화합하고 결속해 앞으로 나갔으면 한다. 당이 화합하면 어떤 난관도 돌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시 신발 끈을 동여 매고 내년 총선·대선 승리를 위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한나라당은 서민정책을 보다 강화하고 현장 활동에 더 박차를 가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어떤 면에서 보면 결과가 예측이 되는데도 늦은 시간인 오후 8시까지 투표에 임해 주신 시민들의 높은 민주의식에 머리숙여 경의를 표한다"며 "이러한 시민 여러분이 대한민국을 민주국가로 이끌어 가는 주춧돌"이라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주민투표법상 33.3%를 넘어야 개함을 하도록 돼 있는데 최근 투표 성향으로 볼 때 굉장히 힘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당초 주민투표의 중앙당 지원에 반대했던 친박(친박근혜)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어제의 서울시민의 결정을 있는 그대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짤막하게 소감을 밝혔다.

당초 주민투표 지원에 부정적이었던 남경필 최고위원도 "서울시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여야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라며 "이번 선거는 정치권 모두가 패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승리한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치권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주민투표까지 오게 된 과정을 반성하고 이 일을 계기로 화합의 정치로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가 공개회의에서 비교적 차분하게 '오세훈 후폭풍'에 대처했음에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한나라당은 오전 9시로 예정돼있던 최고위원회의를 미루고 30분 가량 최고위원들끼리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 회동에는 홍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과 황 원내대표, 김정권 사무총장, 김기현 대변인만 배석했다.

이를 두고 주민투표 결과에 대한 책임론과 오 시장의 사퇴 시기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자중지란으로 비춰질 것을 우려한 사전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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