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은 힘이 세다 (김은영 지음·에쎄 펴냄)

MBC TV ‘무한도전’과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의 도전과 좌절, 성취는 드라마 이상의 감동을 주며 젊은이들을 열광시킨다.

1박2일은 제주 올레, 오토캠핑 지역의 명물찾기 등을 유행시키며 200회를 넘긴 국민 예능프로그램이 됐다. 유재석과 강호동을 비롯한 정상급 MC들의 캐릭터 연출과 진행 스타일은 ‘○○○리더십’이라는 이름을 얻으며 경영학과 자기계발론의 주제로까지 거론된다.

이 책은 대중문화를 움직이는 예능프로그램을 분석적으로 파헤친다. 예능프로그램이 시대와 같이 호흡하면서 어떻게 대중의 숨은 욕망을 발견하고 한국사회를 관찰하면서 그것을 어떻게 프로그램의 키워드로 매치시켜나가는지의 과정을 1990년대부터 시작된 예능프로그램의 역사와 함께 살펴보고 있다.

대중의 마음을 공략하고자 사용해 온 기술들에 집중한다. 여기에는 시대의 흐름과 대중의 심리를 반영한 연출자들의 캐릭터 창조전략, 직업인이자 유명인사로서 자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연예인들의 이미지 메이킹, 시청자의 공감과 몰입을 극대화하기 위한 출연자 간 관계화와 감성소구 방법, 예능을 폄하하는 세간의 엄숙주의와 편견 모두에 맞서는 제작진의 고군분투가 포함된다.

TV평론가인 저자는 예능 장르의 진정성과 유연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리얼이라 부르는 사실성은 예능의 최대 무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정해진 포맷 안에서 실제 반응을 유도하는 예능의 문법 때문에 비록 약간의 구성대본과 설정이 개입한다 하더라도 버라이어티와 토크쇼에서 출연자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당사자의 고유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로 나타난 여러 예능프로그램의 조작 논란이나 ‘미녀들의 수다’에 치명타를 날린 ‘루저 발언’의 출처 공방, ‘나는 가수다’의 옥주현에 대한 방청객 반응의 편집 논란 등 부작용도 조명한다.

또 챕터마다 ‘트렌드를 잃어라’라는 박스를 통해 예능에 반영된 대중문화와 한국 정치사회의 다양한 풍경을 덧붙였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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