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진단서로 병역 면제 혐의 모델 등 조사
해당 병원장 "발급 사실 없다" 혐의 전면 부인

비장애인에게 돈을 받고 허위로 장애진단서를 발급해 준 병원장 등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해당 병원에서 발급받은 가짜 장애진단서로 병역을 면제받은 정황이 포착된 케이블-TV 활동 모델을 비롯, 모두 1400여 명의 진단서 발급 의뢰자에 대한 조사를 펼치고 있다.

광주경찰청 수사2계는 29일 정상인에게 가짜 장애진단서를 발급해주고 돈을 챙긴 서울 지역 모 병원장 A(49)씨에 대해 허위진단서 작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9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신체에 장애가 없음에도 불구, 진단서 발급을 의뢰한 환자 80명에게 가짜 장애진단서를 발급해 준 혐의다.

경찰은 A씨가 같은 기간 브로커를 통해 병원에 소개된 1400여 명의 의뢰자들에게 가짜 장애진단서를 발급 해 준 것으로 보고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많게는 하루 20명씩 장애진단서를 발급했으며,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흐릿한 X-레이 필름을 보고 '척추 1번에 압박흔적이 있음'이라고 기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장애진단서를 발급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가 장애가 있다고 판단하는데 있어 근거가 된 X-레이 필름과 근전도 검사 25건에 대해 대학병원을 포함한 3개 병원의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감정 의뢰한 결과, 모두 '정상'으로 장애가 있을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가짜 장애진단서를 발급받은 이들은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복지혜택을 노리고 브로커에게 2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의 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의사는 아무런 장애가 없음에도 형식적인 근전도 검사와 X-레이 촬영을 통해 장애진단서를 발급해주고 대가로 많게는 100만원까지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의뢰자들 중에는 병원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 브로커를 통해 돈만 보낸 뒤 택배로 장애진단서를 수령하는 행태도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발급된 가짜 장애진단서가 보험금 청구, 교원채용, 공무원시험, 영구임대주택 입주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 사실을 포착, 각 혐의를 입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 이들 중에는 교원 특별채용 때 장애인 특별전형을 통해 현직 교사로 임용된 체육교사, 현직 구청 공무원 및 대학교수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LH 등에서 장애인에게 우선 분양하는 영구임대주택에 입주한 가짜 장애인 3명과 군복무 중 또는 공무상 장해를 입었다며 유공자 자격을 신청,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10여 명도 확인됐다.

특히 가짜 장애진단서로 병역면제 처분을 받은 케이블-TV 활동 모델 1명을 포함, 9명의 면제자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병무청 최초 신체검사에서 현역 입영판정을 받은 뒤 재검을 통해 군면제가 되지 않자 A씨의 병원에서 장애진단서를 발급받아 최종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장애인 진단서를 발급받은 가짜 장애인들이 LPG 차량 구입, 항공료 할인, 통신요금 할인 등 국가가 주는 수십가지의 혜택을 누리는가 하면 진단서를 근거로 보험금을 청구, 수령한 액수만도 45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손쉽게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장애인 등록절차상 제도적 허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A씨는 경찰에서 "허위진단서를 발급하지 않았다. 신경과 전문의인 자신과 정형외과 전문의 간 견해가 다를 수 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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