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때 비가 많이 온다는데 걱정입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료는 추석 연휴 기간 태풍을 동반집중호우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를 전해 듣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비 걱정은 농민들만 하는 게 아니다. 물가를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는 물론이고 최근 물가상승의 '주범'인 농산물의 수급을 담당하는 농림수산식품부도 걱정이 태산이다.

특히 쌀 작황을 놓고 두 부처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올해 쌀 생산량이 418만톤에 그쳐 3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쌀 생산량은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8월 하순부터 9월까지의 일조시간이 쌀 생산량의 70% 이상을 결정한다고 보고 있다. 10월이면 본격적으로 햅쌀이 나오기 때문에 추석 연휴 기간의 날씨가 올해 쌀 생산량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하루 동안 햇볕이 쨍하게 내리쬐면 쌀 생산량이 1만톤 늘어난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추석연휴 동안 집중호우가 내리면 침수피해로 인해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마냥 하늘만 쳐다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소비자물가가 5%대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쌀 가격까지 오른다면 올해 물가 목표 4.0% 달성은 더욱 멀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비축미 5만톤을 시중에 방출했다. 동남아시아 등으로부터 밥쌀용 쌀도 수입해 국내 공급량을 늘렸다.

쌀값 상승은 '물량' 보다는 '심리' 요인이 더 크다는 게 정부측 판단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매년 국내 쌀 생산량은 실제 식량으로 소비되는 양보다 많다"면서 "쌀 작황이 좋지 않을 때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해 발생하는 가수요와 소비자들의 햅쌀 선호 현상이 쌀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중순 물가관계 장관회의에서 "(비를 멎게 해달라는) 지우제(止雨祭)라도 지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장마 이후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자 표정이 밝아졌다는 게 주변인들의 전언이다.

추석 연휴 기간, 두 장관의 간절한 소망이 비를 그치게 해 줄지 지켜볼 일이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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