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들이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각종 친(親)서민 정책을 쏟아내거나 서민 챙기기에 나서면서 '민심(民心)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1일 각 정부부처에 따르면 우선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말부터 장·차관 뿐만 아니라 실·국장 등 고위공무원, 일부 산하기관까지 동원령을 내려 일찌감치 친서민 행보에 돌입했다.

지경부는 전통시장 활성화와 내수확대를 목표로 산하 조직 네트워크까지 총 동원해 전통시장 자매결연 추진 등 서민층에 대한 지원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하반기들어 부쩍 대기업 CEO 대신 재래시장 상인들과의 스킨십을 자주 쌓는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안양에 위치한 재래시장(중앙시장)을 찾아 추석물가를 체크했다. 최 장관은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를 살피기 위해 직접 과일, 제수품 등 추석용품을 구입했다.

동반성장 주무부처인 지경부의 장관이 동네 골목상권을 놓고 대형마트와 치열한 경쟁중인 재래시장 상인들을 격려하는 행보를 이어가자, 관가 안팎에서는 정부 차원의 '재래시장 살리기'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대형 유통업계의 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 등 무분별한 동네 입점에 경고의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최 장관은 또 재래시장 뿐만 아니라 부천 역곡주유소, 용인우체국 등을 방문하는 등 공식 일정 중 적지 않은 시간을 현장 중심의 행보에 할애하고 있다.

이같은 최 장관의 공(功)들인 친서민 모드는 서서히 효과가 감지되고 있다.

실례로 한 재래시장의 상인은 최 장관에게 "지식경제부 장관과 많이 닮았다"며 친근감을 나타낸 일화나 올 여름 휴가지인 경남 통영에서 시골 주민이 최 장관을 알아본 사례는 부내에선 종종 언급되곤 한다.

불과 바로 직전 장관인 최경환 국회의원이 부처의 낮은 인지도를 제고하기 위해 외국계 컨성팅업체로부터 자문까지 받은 것과 비교하면 지경부와 국민들과의 거리감이 좁혀진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산업정책 주무부처로서 기업인들과의 만남이 잦은 최 장관의 업무특성을 감안하면 일반인이 먼저 알아보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는게 지경부의 설명이다. 이를 놓고 내년 4월 총선을 염두해 관료에서 정치인으로의 변신이라는 해석이 오르내릴 만큼 최 장관의 민생행보는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다.

【서울=뉴시스】박상훈 기자 =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7일 오후 추석 전 서민 물가 알아보기 위해 노량진 수산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hyalinee@newsis.com 2011-09-07

정부부처 중 가장 많은 공공기관을 갖춘 지경부는 산하기관에도 '입김'을 냈다. 이미 지난 7월 37개 공공기관·협회 등 41개 기관의 350개 사업소가 전국 321개 전통시장과 자매결연을 체결하고, 매월 '전통시장 가는 날'을 지정했다.

한전이 지난달까지 본사를 비롯한 전국 25개 1차사업소가 36개 전통시장과 자매결연을 체결한 것을 비롯해 석유공사, 가스공사, 석탄공사, 가스안전공사, 중소기업청, 특허청, 우정사업본부, 에너지관리공단, 남부발전, 중부발전 등 다른 산하기관들도 추석을 앞두고 일제히 재래시장을 찾았다.

한편 다른 정부부처들도 추석을 앞둔 시점에 친서민 정책을 발표하면서 등돌리는 민심을 붙잡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추석연휴 직전인 9일 비정규직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비정규직·저소득 근로자의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을 정부가 비용의 3분의 1을 지원하고, 비정규직에게도 상여금 등을 동일하게 지급토록 하는 가이드라인 제정 등을 통해 친서민 색깔을 냈다.

이보다 앞선 기획재정부는 투자 대신 고용에 초점을 둔 세제개편안을 내놓아 추가감세를 철회했다. 재정부는 소득세 법인세 최고구간에 대한 추가 감세는 중단하면서도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해선 감세기조를 유지했다. 특히 대기업 편중지원 논란이 일었던 임시투자세액공제(임투세)를 폐지하고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로 전환키로 한 결정은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일자리 창출을 염두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서규용 농식품부장관은 추석을 맞아 7일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 이어 10일에는 재래시장인 수원 지동시장과 안양 박달시장을 각각 방문했다.

서 장관은 명절 과일·채소와 같은 신선식품 물가동향을 점검하고, 재래시장 상인들에겐 "정부에서는 농수산물을 비롯한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며 물가안정 의지를 드러냈다. 농식품부는 이번 추석기간 동안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이 사회복지시설 19곳에 재래시장 상품권(온누리상품권) 등을 전달하기도 했다.<뉴시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