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34)·박하선(24)·김수정(7)의 가족 스포츠 영화 '챔프'의 이환경(41) 감독은 차태현(34)이 고맙기만 하다. 미안한 마음도 크다.

관객들을 놀라게 한 바다 장면 때문이다.

차태현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시신경까지 다쳐 시력을 상실해가는 퇴물기수 '승호'로 호연했다. 기수를 포기하고 제주도 기마경찰대에 들어간 승호는 3년 전 자신이 일으킨 교통사고로 새끼를 잃고 다리를 다친 뒤 사람을 거부하게 된 백마 '우박이'를 만나게 된다.

우박이가 도축될 처지라는 사실을 안 승호는 다시 사람을 태우는 말로 되돌려놓겠다고 마음 먹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때 '윤 조교사'(유오성)가 승호와 우박이를 배에 싣고 바다로 데려간 뒤 물에 빠뜨린다. 익사 위기에 처한 승호를 우박이가 등에 태운 채 뭍으로 빠져 나오면서 둘은 마음을 열고 명콤비가 된다.

이 감독은 "스토리 전개상 바다 신은 필수였다. 그런데 문제는 수온이었다. 올 2월에 찍었는데 지난 겨울 제주도는 30년 만에 서귀포에 눈이 왔을 정도로 몹시 추웠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에 달했다"며 "그래서 바지선에 드럼통을 여러 개 놓고 그 안에 물을 팔팔 끓여놓은 뒤 (차)태현이가 촬영 중 배로 올라오면 들어가서 몸을 녹이게 했다. 말은 사람보다 추위를 덜 느끼긴 했지만 말 2필을 교대로 입수하게 했고, 텐트 안에 훈풍기를 틀어 놓은 뒤 말을 안에 넣어 몸을 덥히게 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바다 신은 해변에서 2㎞ 떨어진 곳에서 찍었다. 수심은 7~8m였다. 근해보다 파도가 덜 치기 때문에 정한 장소이지만, 깊은 만큼 위험은 상존할 수밖에 없었다. 잠수사 3~4명이 항시 대기한 이유다. 



가족 스포츠 영화 '챔프'(감독 이환경)에서 제주도로 내려온 퇴물기수 '승호'(차태현)와 사람을 거부하는 도축직전의 경주마 '우박이'가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는 바다 신. ace@newsis.com 2011-09-13
"태현이에게 정말 미안했던 것은 말이 연기를 하는 동물이 아니다 보니 원하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물 속에서 계속 기다려야 했다는 점이다. 바다 신만 장장 6일을 찍었다. 말이야 원래 헤엄치는 것을 좋아하는 동물이지만 주연배우가 하기에는 버거울 것 같았다. 그래서 대역을 쓰려고 했다. 그런데 태현이가 직접 하겠다고 했다. 다행히 수영을 잘 하더라. 그래도 겁먹으면 못하는 건데 태현이는 오히려 걱정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잠수사들이 도망가지는 않죠?' 얼마나 든든하든지…."

이 감독은 차태현에 진 마음의 빚을 영상연출가답게 '그림'으로 갚았다.

"하도 고마워서 물 속에 있는 태현이의 얼굴을 일부러 망원으로 당겨서 찍었다. 모두 직접 한 것이라는 걸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다들 미쳤다고 했던 촬영을 태현이가 있었기에 해낼 수 있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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