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늘고 있는 복지지출 요구와 관련해 또 한 번 견제에 나섰다.

박 장관은 15일 오후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이코노미스트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질의응답을 통해 "복지 없는 성장이 있을 수 없듯이 성장 없는 복지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은 지난해 기준 9.7% 수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19.3%)의 절반 수준"이라면서 "(우리나라의) 담세력과 고령화 정도를 감안하면 크게 뒤쳐진 정도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복지지출을 계속 늘려가야 한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데다, 이미 마련된 제도들이 성숙되면서 복지지출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복지지출의 3가지 원칙으로 ▲일하는 복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담세력을 제시한 뒤 "지금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여러 복지지출 프로그램은 이러한 세 가지 원칙에 어긋난 경우 많은데, 일부는 타협과 절충을 통해 수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최근 정부가 자본변동성 완화를 위해 실시한 일련의 외환규제들이 외환시장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에 대해 "야구경기에서 2루에 나가 있는 주자를 1루로 돌아오라고 하기는 어렵다"면서 "2루 주자가 견제살을 당하지 않고 홈으로 들어와 득점을 할 있도록 하는 것이 한국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추가 규제 여부에 대해서는 "외환시장에 대한 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고,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을 감안할 때 그 정도 규제는 용인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면서도 "(추가 규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은 대외경제 여건이 상당히 불투명하고 안개가 많이 끼어 있는 상황"이라면서 "안전운행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유럽 재정위기 원인과 관련, "위기 국가들의 방만한 재정운용과 함께 유로화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에도 기인한다"면서 "EMU(유럽통화동맹) 시스템 하에서 통화정책은 ECB(유럽중앙은행)에 의해 단일하게 추진되지만 재정정책은 국가별로 상이하게 추진되는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원국간 불균형 해소를 위한 메커니즘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적자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에는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선진국 재정위기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리 수출의 70% 이상이 신흥국으로 다변화돼 있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선진국의 재정위기에 따라 세계경제 회복세가 크게 둔화되고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실물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박 장관은 컨퍼런스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내년도 경제 성장률은 올해 말에나 정확히 말할 수 있다"면서 "지금 내년도 경제를 전망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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