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상하게 무게를 잘 못 잡아요."

'의뢰인'으로 돌아온 연기경력 15년차 영화배우 박희순(41)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조용한 저음으로 말을 이어가다가도 한 번씩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그럼에도 '역시 배우구나'라고 감탄할 정도로 연기관이 뚜렷하다.

영화 '의뢰인'에서도 연기에 대한 그의 고민은 묻어난다. "처음 제의가 들어왔을 때는 거절했었다. 시나리오를 보니 하정우가 맡은 변호사가 멋져보였다. 내가 맡은 검사가 동등한 선에서 출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또 검사 역은 잘해봐야 본전이니까 고사했다."

"1년을 돌아서 다시 나에게 왔을 때는 아무도 도전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에 용기가 생겼다. 또 극중 아버지의 애정이 라이벌 하정우에게 쏠려 있다는 점 등 검사가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로 바뀌어 있었다. 이 하나만 가지고도 정형화된 검사의 틀을 깰 수 있을 것 같았다. 복합적이면서도 이중적인 인물을 그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정우와 연기하고 싶은 생각도 컸다."

【서울=뉴시스】박세연 기자 =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의뢰인에 출연한 배우 박희순을 인터뷰 했다. psy5179@newsis.com 2011-09-21

영화 속 박희순은 냉철하고 이성적인 카리스마로 좌중을 압도하는 엘리트 수석검사 '안민호'다. 정의감으로 불타면서도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변칙을 쓸 수 있는 인물이다. 연수원 동기생이자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빼앗아간 '강성희'(하정우)를 질투한다. 자격지심과 열등감도 느낀다.

박희순은 "실제 열등감과 콤플렉스가 많다. 하지만 없었더라면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 같다. 자만하거나 자신이 있었으면 이렇게 열심히 살지 못했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콤플렉스와 부족함이 많아서 한 발 먼저 가야하고 30분 일찍 나가야했다. 또 하루를 더 열심히 살아야 했다. 콤플렉스는 극복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발전하는 것 같다. 콤플렉스가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느껴지기까지 노력해야 하는 게 배우로서의 몫"이라는 마음이다.

【서울=뉴시스】박세연 기자 =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의뢰인에 출연한 배우 박희순을 인터뷰 했다. psy5179@newsis.com 2011-09-21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운 것도 많다. "새로운 작품을 개척했다는 성취감은 있다. 이 영화는 애초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자는 생각에 출연하게 됐다. 많은 연습을 했고 또 많은 한계를 느낀 작품이다. 내가 게을러졌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치열했던 옛날을 기억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박희순은 "하정우를 보니 잘되는 이유가 있더라. 타고난 끼도 있지만 정말 열심히 한다. 내가 생각하는 정의는 반칙하지 않고 착하게 정직한 방법으로 이기는 것이다. 묵묵히 열심히 하고 있는 친구들과 내가 옳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한편, 영화 '의뢰인'은 시체가 없는 살인사건이지만 명백한 정황으로 붙잡힌 용의자 '한철민'(장혁)을 두고 변호사 '강성희'와 검사 '안민호'의 치열한 공방을 그렸다. 29일 개봉한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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