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끔씩은 완벽한 사람이나 완벽에 가까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심지어는 자신이 완벽주의를 추구하거나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완벽(完璧)’이란 단어는 본래 ‘구슬을 안전하게 가지고 돌아오다’는 뜻으로 중국의 고사와 관련되어 있다. 완벽의 ‘벽(璧)’은 ‘화씨지벽(和氏之璧)’의 줄임말로 ‘흠이 하나도 없는 구슬’을 뜻한다.

과연 흠이 없는 구슬이 있을까? 눈으로 보기에 흠이 없다면 돋보기로 보면 보일 것이고, 이래도 안 되면 현미경으로 보면 보일 것이다.

누구나 흠은 있다. 완벽은 환상이요, 완벽주의(perfectionism)는 어떠한 주의(主意, ism)보다도 현실성 없는 구호이다. 행복에 관한 대표적 저서라면 탈 벤 사하르 하버드대 교수의 『완벽의 추구』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이 책의 일부분을 소개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인간적인 약점에 대해서는 좀처럼 비난하지 않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하다. 우리는 아무도 완벽해질 수 없으며, 다른 사람들이 완벽해지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자신은 완벽해지기를 바란다.

어째서 우리는 이웃에게는 관대하고 우리 자신에게는 엄격한 이중 잣대를 갖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나는 우리의 도덕규범에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는 것을 우리 자신에게도 기대하지 말라’는 새로운 규칙, 백금율을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

내 생각도 위와 같다. 우리는 직장동료나 지인(知人)들에게는 관대하다. 실수를 해도 쉽게 넘어가기도 하고 잘못을 해도 눈감아줄 때도 많다. 하지만 가족의 경우에는 단순한 의견충돌에도 소위 공포의 ‘잔소리’를 서로에게 한다. 나아가 자기 스스로에게는? 남이 모르는 사소한 실수도 자신은 알기 때문인지 몰라도 학대에 가까운 채찍질을 해대곤 한다.

자신을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여유가 생긴다. 자신에게 여유가 있어야 남을 돌볼 여유가 생긴다. 매정하지만 여기서 남이란 가족을 포함한다.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자신의 단점을 들추어내거나 부족한 부분을 끄집어내어 다듬는 과정이라고 좋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단점을 다 보완할 수 없고, 부족한 부분은 인간능력의 한계로 인해 모두 채워 넣을 수 없다. 결국 완벽의 추구는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향해 자신을 거칠게 절차탁마(切磋琢磨)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참 힘들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을 주5회 1시간씩 하는 사람이 있다. 완벽에 가까운 바른생활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드물뿐더러 1주에 5번 운동을 해야 하는데 3번밖에 못 한 주는 오히려 더 힘들어한다. 스스로 설정한 목표의 노예가 되어 정작 운동이라는 즐거움을 잃게 되는 것이다.

새벽 5시~6시에 일어나 운동을 주 1~3회 30분~1시간씩 하는 사람이 있다. 어제 무진장 술 먹은 날은 다음날 아침 늦게 일어난다. 어제 재미있게 영화 보다가 늦게 잔 날도 늦게 일어난다. 하지만 일찍 일어나는 날은 신나게 운동을 한다. 술도, 영화도, 운동도 적당히, 하지만 신나게 한다.

자기계발서를 보면 온갖 처방이 난무한다. 이래라 저래라. 그냥 속편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면 안 될 것처럼 어느 리더가 어쨌느니 무슨 회사 CEO가 저쨌느니 이렇게 해야 한다고 떠들어댄다. 참 자기가 못나 보이고, 앞으로 해야 할 것도 많아 보인다.

야마다 에이미의 소설 『나는 공부를 못해』에 나오는 인상 깊었던 구절을 인용해본다. “모든 것에 O표를 치자. 우선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그런 다음 천천히 X를 선택해 가는 거다.” 긍정 후에 부정을 해도 늦지 않다. 자기계발서에 나온 많은 처방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 없다.

이건지 저건지 알 수 없다면? 이걸 해야 되는지 말아야 하는지 판단이 안 선다면? 우선 해보는 거다. 완벽한 판단은, 완벽한 계획은, 완벽한 결과는 없다. 우선 O표를 치고 해보고 나서 아니다 싶으면 X표를 치는 거다.

나는 최근 마라톤 참가를 위해서 나름 맹연습중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100m달리기를 포함한 모든 달리기를 싫어했다. 대학교 이후에는 달릴 일이 없었다. 마라톤은 가장 최근에 한 O표다. 끝까지 뛸 수 있을지 중간에 포기할지는 나를 포함한 아무도 모른다.

완벽하려고 하면 오히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힘들고 나아가 자기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놓치기 쉽다. 지금 당신은 보이지 않는 완벽주의의 함정에 환상에 빠져 있을지도 모른다. 검증방법은 마치다 준이라는 작가의 『얀 이야기』에 나오는 구절을 곱씹어 보면 된다.

“저마다 ‘아아 이런 때야’ 라는 지나간 한순간을, 슬픔을 간직한 채 살고 있다”

“만약 그대가 카와가마스는 늘 꾸기만 하고, 게다가 꾸어간 것들을 갚을 줄 몰라 교활하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그대가 조금 지쳐 있다는 증거이다. 오늘 하루는 우선학교를 쉬어라. 학원도 쉬어라. 회사도 쉬어라. 온 하루를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어 보는 것이다.”

고도원의 책제목 『잠깐 멈춤』처럼 잠깐 멈추어보자. 차를 운전하면 경치를 보지 못한다. 걸어야 한다.
빨리, 앞서 나가려고만 한다면 뒤를 돌아보지 못한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자. 뭔가 놓친 것이 있을 수 있다.

완벽에 대한 환상을 깨고 모든 것에 모든 것에 O표를 치자. 우선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느리지만 조금씩 다듬어도 충분하다.

그런 다음 천천히 X를 선택해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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