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부활이었다. 토튼햄 핫스퍼의 '초롱이' 이영표(29)가 완전히 제 기량을 되찾았다.

2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이우드 파크에서 벌어진 06∼0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블랙번 로버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한 이영표는 전후반 각각 1차례씩의 기습 슈팅과 동점 페널티킥을 유도하는 침투 패스를 찔러주는 등 만점 활약을 펼쳐보였다.

파스칼 심봉다의 무릎 부상으로 인해 오른쪽 수비수로 나선 이영표는 지난 8일 포트 베일(리그 1)과의 칼링컵 4라운드 경기와 지난 주말 프리미어리그 레딩FC 원정전에 이어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해 향후 주전 확보에 청신호를 켰다.

불의의 오른 발목 부상으로 포트 베일과 칼링컵 경기에 나설 때까지 약 41일간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는 등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서며 국내 축구팬들의 큰 아쉬움을 샀던 이영표는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했다.

이날 이영표는 본업인 수비부터 공격까지 모든 부분에서 안정된 플레이를 펼쳐줬다.

왼쪽 풀백 아소-에코토와 함께 번갈아 오버래핑을 시도, 수비 밸런스를 맞췄고 프리킥이나 코너킥 등 세트피스 상황이 주어지면 공격 대신 최후방에 남아 역습에 대비하며 팀 수비의 보루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악착같은 투지와 볼 집착력으로 제공권 다툼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고, 한템포 빠른 움직임으로 볼을 걷어내 동료들의 역습을 이끌어냈다.

지난 포트 베일, 레딩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블랙번과 맞대결 역시 전반 중반까지 무리한 오버래핑을 시도하기 보다는 디펜스에 주력하며 경기 흐름을 파악하고, 수비에 포커스를 두던 이영표는 마틴 욜 감독의 지시에 따라 팀이 0-1로 뒤진 상황부터 보다 과감히 공격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역시 같은쪽 사이드인 오른쪽 측면을 담당한 호삼 갈리의 뒤를 철저히 받쳐주는 역할에 그치던 이영표는 이후 공격에 자신감이 붙은 듯 과감하게 블랙번 골문을 향해 슈팅을 날려 상대 골키퍼 프리델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전반 29분 프리델의 품에 안기기는 했지만 인상적인 강한 왼발 슈팅을 날렸던 이영표는 후반 14분 상대 진영 중간에서 갈리의 문전 침투에 맞춰 상대 수비진 사이로 정확한 침투 패스를 연결했다.

이영표로부터 한번에 날아든 패스를 이어받아 상대 문전으로 쇄도하던 갈리를 블랙번 선제골의 주인공 투가이는 다급한 나머지 높은 태클로 저지했고 이는 곧 심판의 휘슿과 함께 페널티킥으로 연결됐다. 저메인 데포는 이영표와 갈리가 합작해 만들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히 마무리해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동점골을 이끌어낸 이후에도 쉴새없이 블랙번 진영으로 올라서던 이영표는 후반 25분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는 또 한차례의 기습 슈팅을 시도, 이우드 파크 한쪽 스탠드를 가득 메웠던 토튼햄 원정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2차례의 기습적인 슈팅 이외에도 수비 상황에서 파울 1회를 범하고, 문전 크로스 3회를 올린 이영표는 상대 투가이의 퇴장으로 인해 수적으로 앞선 토튼햄이 강한 공격을 몰아치던 후반 막바지 무렵 에코토와 임무를 바꿔 디펜스 플레이로 재전환했다.

아쉽게도 이영표는 현지 스포츠 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로부터 "내내 투쟁했다"는 촌평과 함께 평균점이 채 못되는 아주 저조한 평점 5점을 받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앞날에 대한 충분한 희망을 보여줬다.

시즌 초반 포지션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발목 부상까지 겹치는 극심한 부침에 시달린 이영표가 3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 2경기 풀타임 출장 기록을 세운 최근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오는 24일 독일 원정으로 치러질 바이엘 레버쿠젠과 UEFA컵 예선 경기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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