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산에 왔듯이 바당에도 왔져


한라산에 눈보름 놀리곡 눈이 하영 더꺼정


다신 훤헌 하늘 못 보아지카부덴 했주마는


보름 부는 디서 닥닥터는 저실이 왔듯이


보름 불어가는 디로 고장 기별도 들어젼게


그추룩 바당에도 똑 고뜬 봄이 촞앙 오매


저실엔 바당풀도 씨로 곱아부는 따문에


고띠 바당 소곱꼬지 황당허난 놀삭허주마는


한라산 여신 ' 설문대할망'이 촐씨 뿌령


똘 닮은 오름 문딱 퍼렁헌 촐로 왕상허민


제주바당 여신'영등할망'도 먼 바당꼬찌


오줌닮은 돈물 버래기 쌍 보내어가민


검붉은 미역이나 청각줄기도 솜빡해지주


먼딧생이덜 한라산 저착더레 놀아가듯이


물궤이도 떼지엉 가민 먼 바당 절지치는 소리


전복이나 구쟁이도 초츰초츰 솔이 올랑


땅에서 요는 실과 고찌 맛도 조와지주


좀녀 어멍 또랑 물질 배운 젊은 시절은


지레가 큰편인 나도 민짝헌 인어엔 행게마는


바당소곱의 봄을 밥먹듯 먹다보난 어느 세월에


이자락 늙어부런 주륵주륵허 거북이 서늉이여


똑고뜬 하늘 아래 봄은 해마다 새봄이여마는


저 산중에 놀던 몰이 어늣동안에 그 몰이 아니듯


나도 바당의 봄을 등땡이로 보낼 날이 가차와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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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좀녀의 봄


-재주 해녀의 봄


 


 


봄이 산에 오듯이 바다에도 오지


한라산에 눈보라 날리고 눈이 쌓여


다시는 맑은 하늘 못 볼 것 같았지만


바람 부는 방향으로 엄동이 왔듯이


바람 부는 방향으로 꽃 소식도 들리더군


그렇게 바다에도 봄이 찾아온다는 거야


겨울엔 녹조류도 씨앗으로 숨기 때문에


얕은 바다 속마저 텅텅 비어 허전하지만


한라산여신 ' 설문대 할망'이 풀씨 뿌려


딸 같은 오름마다 푸른 잔디 무성해지면


제주바다여신 ' 영등할망'도 멀리까지


소변처럼 뜨뜻한 난류를 흘려보내기에


검붉은 미역이나 청각 줄기도 무성해지지


철새들이 산 넘고 철 따라 날아가듯


물고기도 떼지어 원양하는 물결의 노래


전복이나 소라도 점점 살이 올라서


지상에 열리는 과일처럼 맛이 좋지


해녀 어머니 따라 물질 배운 젊은 시절은


키가 큰 편인 나도 미끈한 인어 닮다더니


바다의 봄을 밥먹듯 먹다보니 어느 세월에


이토록 늙어져서 흉한 거북이 꼴이구나


똑 같은 하늘 아래 봄은 해마다 새봄이건만


저 산중에 놀던 말이 어느덧 그 말이 아니듯


나도 바다의 봄을 등뒤로 보낼 날이 가까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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