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현재, 미래는 조화롭게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한 순간도 정지함이 없이 미래로 이어지며 과거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으나 우리는 이를 느끼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기 쉽다.


우리가 과거를 되돌아 보는 것은 미래를 위해 소중한 지혜를 얻고자 함이다. 쉬지 않고 흘러 준 세월은 어느새 나에게 칠순을 안겨 주었고 「칠순」이라는 말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벌써 칠순이라니….'


일본의 식민지 지배하에서 태어나 소위 대동아전쟁의 와중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일본을 조국으로 믿으며 일본국가를 부르던 철부지시절.


해방된 조국은 남북 분단이 되고, 좌 · 우익의 대립에서 빚어진 제주 4 · 3 사건으로 삶의 터전은 불태워져 알거지가 되었으며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죽음의 위협에서 살아남았으니 기적이 아니었던가 느껴진다.


6 · 25 전쟁 때 어린 나이임에도 조국을 구하겠다는 생각에서 학도병으로 지원하여 전선으로 향할 때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적의 총탄은 다리 부상에서 멎어주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으니 하느님의 은총이라 믿는다.


중학교 진학도 포기할 정도로 굶주림에 시달리던 나에게 배움의 기회를 베풀어 주신 은사님들의 사랑을 한 시도 잊지 않고 살아왔다.


쪼들라는 살림을 부지런함으로 이겨내며 집안의 행복을 이끌어가려는 우리 내외에게 부모님께서는 효도할 수 있는 기회도 주지 않고 돌아가셨고 작은딸의 소아마비도 모자라 큰딸을 가슴에 묻게 함으로써 우리집에서 웃음을 사라지게 하는 힘겨운 시련이 닥쳤으나 흐르는 세월이 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칠순」이라는 인생의 황혼을 맞이하여 지난 날을 되돌아 보니 그 많은 시련이 있었지만 은인들과 하느님의 도움으로 슬기롭게 극복한 것을 한없이 고맙게 생각한다.


지난 세월 살아오면서 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느낀 것을 정리해 보았으나 모두가 자화자찬이 되고 만 것 같아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외람되게 세상에 내 놓는다.


혹시 이 글로 인하여 서운함을 느끼시는 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지만 많은 양해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