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선거에 야권단일화 후보로 출마한 무소속 박원순 후보는 21일 경쟁상대인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강남지역의 표심을 공략하는데 주력했다.

이날 낮 12시께 서울 강남구 선릉역에서 시작된 유세는 코엑스몰 광장을 거쳐 송파구 잠실역 광장으로 이어졌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와 함께 한 이날 유세는 지난 15일 첫번째 강남 유세에서 확인된 민심을 재확인하는 의미를 지녔다는 게 박 후보측의 설명이다.

당시 박 후보는 정치무관심층인 10-20대로 보이는 젊은층으로부터 스마트폰 인증샷 세례를 받는 등 인기몰이를 한 바 있다.

이날 강남 거리 유세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졌다.

박 후보에게 악수를 청하며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20~30대 젊은이들이었다. 특히 20대 초·중반 여성들은 나 후보에 비해 평범한 외모와 어눌한 말투에서 되레 진솔함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이들은 박 후보와 찍은 사진을 실시간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리며 자신의 '후일담'을 전했다.

코엑스몰 광장에서 스마트폰으로 박 후보의 뒷모습을 찍던 김호욱(44)씨는 최근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 "누구나 치명적 결점이 몇 개 있지만 나경원 후보나 박원순 후보 중 누구의 결점이 더 큰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선거에 대한 강남민심에 대해 "나도 개포동에 살고 무역회사를 하고 있는데, 중산층 이상은 된다. 주변에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 후보가 꼭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고 말했다.

무역센터에서 일하고 있다는 허소영(36·여)씨는 자신이 읽고 있던 평전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시간'을 박 후보에게 내밀고 사인을 받았다.

직장일이 바빠 아직 결혼을 못했다는 허씨는 "꼭 당선되서 이걸 기폭제로 총선,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으면 좋겠다"며 "대한민국 정치지형도에서 한나라당은 없어져야할 시기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번 보선을 통해 처음으로 투표권을 갖게 됐다는 대학생 박소라(20·여)씨는 "트위터로 친구들과 박 후보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며 "보수세력이 너무 퇴폐적으로 됐다. 상류층만 신경쓰고 있다. 대다수를 이루는 서민들을 위해 정책을 펼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사람인 예비남편 콩와이(36)씨와 나들이를 나온 전진숙(30)씨는 "다음주 월요일날 비행기를 타서 투표를 못해 아쉽다"면서도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박 후보를 찍을 것이다. 꼭 되셨으면 좋겠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정치를 하실 것"이라고 응원했다.

박 후보와 악수를 나눈 김선혁(77)씨는 기초노령연금 도입에 박 후보가 기여했다는 설명을 전해 듣고는 "큰 노인들에게 잘 하는 사람을 찍어야 한다"며 "잘하겠다고 하니 찍어야겠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가 단순히 서울시장 선거에 머물지 않고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는 기미도 감지됐다.

경기도 수원에서 강남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는 김종수(36)씨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의미가 큰 것 같다"며 "김문수 도지사가 잘 한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민생고를 해결하는데 실패한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전 신일여고 예술과에 재학하고 있다는 유다솔(17) 양은 친구들과 스마트폰으로 박 후보를 사진 촬영한 뒤 "서울에 전시회를 보러 왔는데, 박원순 후보를 보게됐다"며 "아름다운 가게를 알고, 부모님도 박 후보에 많은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최재중(14) 군은 "부모님들하고 TV토론회를 봤는데 크신 분이 되셔서 서울시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유세를 마친 뒤 전통적으로 강남지역 지지율이 나 후보에 비해 열세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강남이 더 이상 이기적이지 않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람들이 많다. 변화를 원하고 있는 지역"이라며 "합리적인 사회를 바라는 마음이 열망이 큰 것 같다. 한나라당의 행태를 가지고서는 합리적인 시민의 동의를 얻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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