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커플즈'에서 오정세(34)는 친구 '유석'(김주혁)의 여자친구 '나리'(이시영)를 짝사랑하는 '복남'이다. '유석'에게 문자 한 통 남기고 떠나버린 '나리'를 찾아주기로 약속한 후 그녀의 주변에 머문다. 그렇다고 짝사랑 대상인 '나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것도 아니다.

영화배우 오정세는 '복남'과 어딘가 닮았다. 주위를 편하게 하는 너그러운 웃음, 유쾌한 말솜씨도 '복남' 그대로다. 스스로도 "내 안에 복남이 있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짝사랑하는 상대가 친구의 사랑이라면 혼자 아파하다 표현하지 못하고 떠나보낼 것 같다. 그런 부분이 나랑 닮았다. 평소 대시를 잘 못하는 편이다. 또 유쾌한 점도 내 모습이다."

사람을 잘 믿고, 지나치게 긍정만 하다 사기에 휘말린 적도 있다. "워낙 긍정적이라 빨리 잊는 편이다. 대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100원을 사기 당해도 화가 나는 사람이 있고 100만원을 당해도 안 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사기라고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배우가 되기 위해 영화 오디션을 많이 봤다. 사이트에 '축 합격, 오정세 배우님 2차 합격하셨습니다. 3차 오디션을 위해 7만원을 입금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있었다. 입금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했는데 7만원 때문에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 돈은 카메라 테스트 비용, 메이크업 비용 등 각종 비용이라고 했다. 하지만 영화는 없었고 애초에 기획되지도 않은 작품이었다."
오정세는 2000년 영화 '수취인 불명'으로 데뷔했다. 이후 많은 영화와 연극에서 무명시절을 겪었다. "힘들고 좌절하고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많았다. 하지만 그만 두기는 싫었다. 내 마음 속 깊이 내가 원하는 배우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 힘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경제적으로도 힘들었지만 버틸 만 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아내나 아이가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안 먹고 덜 먹으면 살 수 있었다.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살면 됐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2년 전까지는 주위 사람의 권유로 무대 해체작업을 했다. 일당 7만원이었다. 배우는 것도 있고 돈도 벌 수 있어 겸사겸사 일했다."

'커플즈'속 커플탄생의 우연처럼 오정세에게 가장 큰 우연은 연극 '이발사 박봉구'였다. "4년 동안 오디션을 보다가 2000년에 연극배우 모집공고를 보고 신청 했다. 어떤 연극인지, 무슨 극단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합격했다. 알고 보니 초연이었다. 또 제법 큰 기획에 정은표, 박원상, 유해진 등 좋은 선배님과 함께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오정세는 "인연은 있다고 믿는다. 개인의 노력도 있지만 운명이나 인연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내가 아내를 만난 것도, 또 이 영화에 출연한 것도 우연이자 인연인 것 같다"며 웃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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