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후폭풍에 한나라당을 강타한 가운데 26일 밤부터 제기돼온 '당 지도부 책임론'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홍준표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보다는 대대적인 당 개혁과 쇄신을 통해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것이 먼저라는 상황 인식 때문이다.

선거 패배 직후 한나라당에서는 홍 대표와 당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당권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27일 오전부터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기류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홍 대표 주재로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최고위원 비공개 조찬 회동 이후부터다.

이같은 변화의 기저에는 총선이 불과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지도부가 총사퇴할 경우 공천권을 얻기 위한 당권 다툼이 불가피하고, 이는 곧 공멸로 이어진다는 판단이 존재한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이후 정몽준 전 대표가, 올해 4·27 재·보선 패배 이후 안상수 대표가 책임을 지고 각각 사퇴했지만 어떤 쇄신과 개혁도 이뤄지지 못했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도부 책임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전에도 선거 결과에 따라 비대위를 구성하고 했지만 제대로 된 반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오늘까지 온 것"이라고 말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박 전 대표는 "정말 중요한 것은 진정한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라며 "진정한 변화를 이뤄내려면 강한 의지와 실천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또 말로 끝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가 끝난 만큼 부족한 부분을 더욱 보완해 공감과 소통을 중시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며 "당 개혁과 수도권 대책을 위해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대표는 또 "20~30대 계층에 다가가는 정책과 소통의 장을 만들어 그 분들의 마음을 얻겠다"고 덧붙였다.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젊은 세대와 어려운 국민을 돌보지 못했기 때문에 (재보선에서) 참패했다"며 "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서울의 민심에서 해법을 찾는 변화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최고위원은 "당은 서울시장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며 "새 지도부가 들어서고 3달 반 정도가 지났는데 무상급식 주민투표, 재보선 때문에 새로운 변화의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고 자성했다.

당내 소장파 모임인 '민본21'의 이날 회동에서도 대부분의 의원들이 지도부 퇴진론은 적절한 해법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홍준표 대표 체제의 '리더십 위기'는 여전히 존재한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홍 대표가 이번 재보선을 평가하며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할 수 없다"고 말한 데 대해 "셧 더 마우스'(Shut the mouth). 아내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자는 말이 새삼 절실한 시점"이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최고위원 역시 "이번 선거과정에서 상대비방, 시대착오적인 이념규정 등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구정치의 전형으로 비춰진 것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원 최고위원은 "자기변화를 위한 진통이 크다는 이유 때문에 현상유지에 무게를 두고 대안이 없다는 것으로 시간을 벌려고 할 때 민심은 더 멀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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