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한·미 FTA 비준동의안과 14개 부속 이행법안이 여야공방 끝에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날치기 통과됨에 따라 농도(農道) 전남의 농업기반 붕괴에 대한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구제역 청정' 지위를 유지해온 축산업의 경우 한·미 FTA가 발효되면 연간 수 백억원의 생산감소가 예상돼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전남농업 연 939억원 피해

22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한·미 FTA가 발효되면 앞으로 15년간 전국적으로 10조470억원의 소득감소가 예상되고 전남에서만 1조4085억원, 전국 대비 무려 14%의 농어가 소득감소가 현실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가운데 74.5%가 축산물로 과수와 채소, 특용작물까지 합하면 연평균 939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지난 7월 발효된 한·EU FTA 피해액까지 합하면 연간 1158억원의 농업 피해가 우려된다.

순천대 농업경제학과 이기웅 교수가 '2011년 전남지역 DDA(도하개발아젠다)·FTA 농수산협상 포럼'에서 발표연구자료에 따르면 한·미, 한·EU FTA로 인한 전남지역 농업생산 감소액은 매년 지역농림어업 GDP의 3.3%에 이르는 1158억원, 향후 15년간 총 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FTA 발효 때 단기 수입 증가로 인해 협정발효 이후 5년차에 농업 분야 생산감소액이 766억원(한·미 628억, 한·EU 138억)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가 국가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한 FTA는 20여 개. 이 중 칠레·싱가포르·유럽자유무역연합(EFTA)·아세안·인도· EU등 6곳은 발효됐으며 미국·페루 등 2곳은 타결됐다. 협상이 진행 중인 호주·중국·멕시코 등과의 FTA가 추가로 타결되고 나면 축산 분야와 과채류 분야의 생산액 감소를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축산분야 직격탄

한·미 FTA로 인한 전남지역 축산농가 피해액은 연평균 7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식탁 변화도 불보 듯 뻔해 한·미 FTA 발효 때 미국산 쇠고기는 40%의 관세가 15년간 단계적으로 철폐되며 냉동 돼지고기는 25%의 관세가 2016년 1월 철폐될 예정이다.

한·미 FTA 발효시 단기 수입증가로 협정발효 이후 5년차에 농업분야 생산감소액이 628억원에 달하고, 이 가운데 축산물이 468억원을 차지하고 과수 91억원, 채소·특작 60억원, 곡물 9억원 순으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EU FTA까지 감안하면 농업분야 감소액은 766억원, 이 중 축산물이 591억원(77.1%)을 차지하고 과수 94억원, 채소·특작 72억원, 곡물 9억원 순이다.

품목별로는 돼지·소고기의 피해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돼지고기의 경우 한·미 FTA 발효 5년이 되면 전체 규모의 9.5%에 달하는 139억원의 생산 감소가 불가피하며, 소고기 생산 감소도 전체 규모의 17.8%에 달하는 119억원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또 조류 농가가 많은 지역 특성상 닭고기 생산 감소액도 57억원(11.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안은 없나

전남발전연구원 조창완 박사는 "소비자 트랜드를 반영해 경쟁력있는 친환경 농업을 육성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세계 최대 농산물 수입국인 일본과 중국 등을 대상으로 공세적인 수출 활로와 신성장 동력을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획일적인 농업사업 지원은 지역간 소득 격차를 확대하면서 파행적인 농업을 유발시켜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인 전남의 농업경쟁력은 더욱 취약해 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이나 환경 특성에 따른 차별화된 지방농정을 실현하기 위해 포괄적이고 과감한 예산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남도는 자립기반이 취약한 축산농가가 가축운동장 확보 등 친환경 축산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동물복지형 친환경 축산 육성기금 10조원 조성과 축사시설현대화사업 지원대상자 자격 완화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도는 현재 축산물 종합유통센터와 국립 축산과학원 종축장 분원을 전남에 건립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해 둔 상태다. 또 전남지역 가축 사육농가 경영부담을 줄이기 위한 '공공보험제도' 도입과 함께 정부의 축사시설현대화사업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전남도는 한·미 FTA와 관련해 중앙 정부에 ▲농업·농촌 활성화 특별법 제정 ▲피해농가 소득안정을 위한 직불금 상향 조정 ▲배합사료 가격안정기금(2조 원) 조성 ▲조사료 자급률 제고를 위한 생산확대 및 종자공급센터 등을 건의했다.

또 시도별 특성을 감안한 농업 관련 기금 국비 매칭 지원, 농업정책자금 대출금리 인하 및 대출 요건 완화 등을 청와대와 국회,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재정부 등에 요구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최근 "농어촌을 떠나는 이농과 이로 인한 도시와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강소농(强小農) 정책마저 무산될 수 있다"며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내실있게 마련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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