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유해발굴 현장, 완전유해 36구 등 유해 700여점 대량발굴

제주 4.3당시 민간인들을 총살해 암매장 시킨 곳으로 추정되고 있는 옛 정뜨르비행장인 제주국제공항 현장에서 대량의 유해가 발굴됨으로써 소문만 무성했던 대량학살현장이 실체가 드러났다.

사단법인 제주 4.3연구소는 14일 오후 1시부터 제주국제공항 내 4.3희생자 유해발굴현장에서 현장설명회를 갖고 유해발굴 현장을 공개했다.

이날 현장에서 공개된 유해는 두개골을 기준으로 할 때 완전 유해는 36구, 조각난 상태의 부분유해는 737점이 발굴됐으며, 유류품 75점도 추가로 발굴됐다.

또 발굴된 유류품중에는 희전(熙銓)과 양봉석(梁奉錫)이란 이름이 새겨진 도장이 60년이 지난 세월에도 불구하고 선명한 상태서 발견됐다.

발굴팀 관계자는 희전이라고 새겨진 도장은 서귀면 호근리 출신으로 당시 대정초등학교 교사였던 김희정씨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양봉석이라고 적힌 목도장의 주인은 남원면 의귀리 출신으로 당시 19세의 의귀초등학교 교사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발굴팀은 도장과 함께 발견된 대정중학교 문양과 동일한 모양의 교복 단추도 발견돼 현재, 유류품(도장)을 통한 추가적인 신원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발굴팀이 이날 공개한 학살 현장은 제주공항 내 동서 방향의 일자(一) 모양으로 길이 32.4m, 너비 1.2~1.5m, 깊이 0.9~1.2의 구덩이 형태로 학살 현장으로 확인된 구덩이에는 상당수의 유해가 발견됐으며, 개체수를 확인하기 힘들만큼 뒤엉켜져 있다.

또한 탄두 및 탄피, 신발, 단추, 도장, 안경 등의 유류품도 다수 발견됐다.

발굴팀 관계자는 “유해가 발굴된 구덩이의 동쪽 끝과 서쪽 씉 가장자리를 제외한 가운데 지점이 공항내 공사로 인해 2/3정도가 훼손됐다”면서 “유해와 유류품의 상당수가 공사중 흙을 구덩이 주변으로 복토하는 과정에서 심각하게 훼손돼 신원 확인이 불가능 할 정도”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전도적으로 유물 수집이 이뤄지고 있고, 개관을 불과 5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구덩이가 지니는 사료 가치의 중요도를 판단할 때, 제주4.3평화공원 사료관의 전시기획과 연계해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대안으로 생각된다"면서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관심과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설명회는 진창섭 제주도4.3사업소장을 비롯해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북부예비검속희생자유족회, 제주4.3사건실무위원회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현장설명회가 끝난 후 유해 수습 및 운구, 현장 위령제 등이 치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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