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영조 사무처장

▲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영조 사무처장
제주특별자치도가 올해부터 주민참여예산제의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 지난해 8월 관련조례를 제정한 제주자치도는 2013년도 예산 가운데 일부를 도민이 직접 편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절차적 준비과정들을 숨 가쁘게 마련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직을 보면 3단계의 조직으로 이뤄졌다. 가장 기초단위 조직인 ‘지역회의’를 들 수 있다. 읍·면·동별 60명 이내로 구성될 지역회의는 지역의 현안사업을 발굴하고 예산에 반영하는 일을 한다. 다음은 지역회의에서 제출된 사업예산들을 조정하는 ‘조정협의회’가 운영된다. 이는 행정시별로 40명 이내의 인원으로 구성된다.

마지막으로 조정협의회에서 제출한 사업예산에 대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예산위원회’가 제주자치도 소속으로 조직된다. 이 또한 80명 이내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주민참여예산제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연구회가 만들어진다. 이처럼 주민참여예산제는 단계별로 구성된 조직과 함께 참여하는 인원수만하더라도 2500명에서 2700명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민참여예산제 도입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동안 행정주도로 이뤄졌던 예산편성이 ‘주민참여형’으로 바뀌는 시발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일부 예산편성만에 있어 ‘상명하달식’ 구조에서 ‘하명상달식’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즉 예산운용에도 민주주의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사실 예산편성은 행정의 독점적인 권한으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통제돼 왔다. 만약 주민들 가운데 사업예산이 필요할 경우에는 관련부서로 요청하거나 물밑접촉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관행이 주민들 사이에 오랫동안 깊숙이 스며들면서 행정에 의존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는 ‘사고의 고착화’를 가져오고 있다.

주민 스스로 지역의 현안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 제출하고 추진하는 ‘주민참여형 예산제도’ 운영 토대가 말라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주민들은 예산운용과정만 보면 복잡하게 생각하고 외면하기 일쑤다.

그리고 주민들의 직접 참여가 없는 예산운용은 복잡다양한 지역의 현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끼리끼리 나눠먹는 비효율적인 편성과 집행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예산지출구조는 갈수록 확대되면서 재정적자를 키우고 있다. 도의회 역시 예산안 심의, 의결과정에서 지역구 챙기기 혈안 등 재정건전성에 역행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예산제도 도입이 시급히 요구돼 왔다. 복잡한 현안 속에서 ‘지역 맞춤형 예산운영’은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그리고 제주자치도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주민참여예산제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이다. 예산을 직접 편성하고 운영하는 주민이 많아질수록 제주자치도의 재정운영은 투명하고 건실해지면서 지역경제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모처럼 시행되는 주민참여예산제의 성공적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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