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도 사립대 평균 등록금이 754만원에 달하는 등 서민가계에 큰 부담을 안기고 있는 가운데 대학직원들의 횡령소식까지 심심찮게 들려오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을 더욱 슬프게 하고 있다.

수업의 질을 높이고 연구활동을 격려하는 데 쓰여야 할 연구비가 교수들의 호주머니에 들어가는데도 학교측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조용히 넘어가려고만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모 지방 국립대에서는 교수들이 조교와 학생들의 통장으로 인건비를 이체한 후 통장에 들어간 돈을 다시 돌려받는 수법으로 연구비를 가로챘다는 의혹이 제기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해당 학교 출신인 A씨는 "학교에서 학부생들을 데려다가 연구를 시킨 후 3개월간 임금 150여만원을 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 자기네들 연구비라며 회수해갔다"면서 "알고 보니 학생들 돈을 수년째 훔쳐왔더라"고 귀띔했다.

A씨를 비롯해 학생들이 불만이 점점 커지자 교수들이 대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들은 학교의 불명예이자 오점이니 학부생들에게 인건비를 돌려주고 해당 부교수와 조교를 해임하는 선에서 마무리하자고 학생들에게 제안했다.

학생들은 제안을 받아 들였고 인건비는 다시 제공됐다. 하지만 해임하기로 약속했던 실무자들은 여전히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의 예산 빼돌리기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방의 한 대학은 대학원생 조교가 졸업했음에도 이 조교가 쓰던 통장을 활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 석사 출신인 B씨는 최근 입사한 회사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지적을 받았다. 급여를 주려는 데 계좌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이미 B씨의 계좌에는 다른 곳으로부터 임금 명목의 돈이 지급되고 있었던 것.

확인결과 B씨가 졸업한 모 대학이 인건비를 제공한 것처럼 B씨의 통장 계좌에 입금한 다음, 교수들의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이 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노발대발하면서 화를 냈지만 그 이상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입사한 회사가 모교와 산학협력 관계를 맺은 곳이라 B씨는 혹여 회사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부패상은 일부 대학에 한정되지 않는다.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대학 재정운용 투명성 점검' 감사결과에 따르면 대학 재정운용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대학이 50여개에 달했다.

감사원은 "이사장부터 교수와 직원까지 다양한 학교 구성원이 횡령으로 학교에 손해를 끼치고 관련 법령을 위반하고 있었다"며 "비리를 단속해야 할 대학 내 감독부서마저 비리를 묵인한 사례가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이 부랴부랴 불법·비리 행위자 104명과 관련,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교육과학기술부에도 감사 자료를 전달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임순광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위원장은 "대학 등록금과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학에서 발생한 횡령 비리는 학교 내부적인 징계를 넘어 사회적 심판의 대상이어야 한다"며 "솜방망이 징계가 아니라 강력한 처벌을 통해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부감사도 중요하지만 대학의 자정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시급하다.

임 위원장은 "대학의 비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부 고발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내부고발자만 피해를 보고 있는데 앞으로 내부고발에 따르는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캠페인을 통해 대학내 비리를 없애도록 힘써야 한다"며 "대학 비리를 저지르는 것 자체가 부끄러움이 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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