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문제가 2012년 총선·대선 정국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성근 민주당 최고위원,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차관 등 거물급 야권 인사들의 출마로 부산이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가운데, 야권은 매일같이 정수장학회 사회 환원을 요구하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라이벌 격인 야권 대선주자인 문 이사장은 정수장학회에 대해 "장물을 남에게 맡겨 놓으면 장물이 아닌가"라며 "머리만 감추고는 '나 없다'하는 모양을 보는 듯 하다"고 비판했다.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군사정권이 1961년 부산지역 사업가 김지태씨로부터 부산지역 땅 10만평과, 부산일보 주식 100%, MBC 주식과 부산MBC 주식 100%를 헌납받아 설립한 재단이다.

김씨는 76년 발행한 자서전에서 "막무가내로 어느 날 작성해온 각종 양도서에 강제로 날인이 이뤄졌다"며 헌납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유족들 역시 계속적으로 재단을 돌려달라고 요구해 왔다.

박 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하나씩 따서 명명된 이 정수장학회에서 지난 2005년까지 약 10년간 이사장을 지냈다.

박 위원장은 노무현 정권 당시인 2005년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박정희 장학회 헌납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를 추진하자 "정치탄압"이라고 반발하며 10년 가량 유지해 온 이사장직을 내 놓았다.

하지만 박 위원장의 후임으로 측근인 최필립 전 청와대 의전·공보비서관이 선임되면서 여전히 영향권이 행사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최필립 이사장은 1928년생으로 84세의 고령이다. 박 위원장과는 박 위원장이 '퍼스트 레이디' 대리로 활동하던 70년대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후 다른 측근들이 등을 돌렸을 때도 의리를 지켰다는 후문이다.

정수장학회가 소유하고 있는 부산일보의 경영진은 11월 말 편집권 독립과 장학회 사회환원을 주장해온 이호진 노조위원장을 면직하고, 관련 기사를 막기 위해 윤전기를 세운 후 노조와 첨예한 갈등을 겪어 왔다.

정수장학회 문제가 총선을 넘어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면서 박근혜 위원장 주변에서도 부산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장학회를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0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 "나와는 관계가 없다"는 당초의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사진이 있고 이들이 주인인데 입장 표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상돈 비대위원도 지난 23일 "장학회 이사진에게 공이 넘어 가버린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사진을 압박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수장학회 이사진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장학회는 지난 23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최 이사장에 대한 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절했다.

장학회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정수장학회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데 대단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심지어 장물이라고까지 비하하며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일보는 편집권이 완전히 독립되어 있다. 노조의 민주적 사장 선출제 도입 요구는 경영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며, 이 문제는 여론화시켜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정치적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 친박계 의원은 24일 박 위원장의 부산 방문에 동행한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최필립 이사장이 연세도 있으니 건강상의 이유로라도 물러나주면 좋겠다"며 "사실 박 위원장이 이사장에게 그만두라, 마라 하는 것도 우습지 않느냐"고 고충을 토로했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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