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이제훈이 온다.

지난해 독립영화 '파수꾼'(감독 윤성현)을 딛고 전쟁 휴먼블록버스터 '고지전'(감독 장훈)을 통해 도약한 이제훈(28)이 스크린과 안방극장 동시 석권을 노린다.

22일 개봉하는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첫 멜로 연기를 펼친다. 그룹 '미쓰에이'의 수지(18)와 호흡을 맞춰 엄태웅(38) 한가인(30)이 연기하는 '승민'과 '서연'의 15년 전 스무살 대학 1년 시절을 보여준다.

전작들에서 무겁고 어두운 역할을 한 이제훈은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이영화에서 처음으로 밝고 상큼한 캐릭터를 맡았다. 지난해 대종상, 청룡영화상, 한국영평상, 부일영화상, 영화기자협회상 등 5개 신인상을 휩쓸며 연기력을 인정 받은 배우답게 첫사랑에 설레고 행복하면서도 쑥스럽고 부끄러워 좀처럼 속마음을 고백하지 못하던 그 시절 남성들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해냈다.

이제훈은 "전작들이 무겁고 많이 짓눌리다 보니까 촬영장 갈 때도 맘이 무거웠다"며 "하지만 '건축학개론'에서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웃고 그 사람을 통해 굉장히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밝혔다.

'현재 승민' 엄태웅은 '과거 승민' 이제훈에 대해 "연기를 잘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워낙 잘해줬다"며 "현재 승민의 감정이 잘 살아나게 해준 것 같아 고맙다"고 전했다. 이용주(42) 감독은 "'파수꾼', '고지전'등을 통해 이미 핫 스타로 떠오른 배우라 더 말할 것도 없었다"고 이제훈을 캐스팅한 이유를 밝혀 이미 큰 기대를 품고 있었음을 내비쳤다.

이제훈은 19일부터는 SBS TV 월화극 '패션왕'으로 TV드라마에 데뷔한다.

패션을 모티브로 젊은이들의 도전과 성공, 사랑과 욕망을 담는 드라마로 MBC TV '별은 내 가슴에', SBS TV '천년지애', '발리에서 생긴 일'(2004) 등을 쓴 이선미·김기호 작가와 '불량커플' '자명고' 등을 연출한 이명우 PD가 만든다.

이제훈은 훤칠한 외모, 재벌가의 후계자라는 배경, 세계적인 비즈니스스쿨 졸업이라는 실력을 모두 갖춘 까칠한 성격의 차도남 '정재혁'으로 나온다. 특히 럭셔리하고 단정한 수트 차림으로 '교복'(파수꾼) '군복'(고지전) '짝퉁 게스 T셔츠'(건축학개론) 속에 감춰뒀던 탁월한 패션 감각과 우월한 비주얼을 마음껏 뽐낼 태세다.

이제훈은 이 드라마에서 유아인(26) 신세경(22) 그룹 '소녀시대'의 유리(23) 등 스타들과 공연한다.

무엇보다 2010년 KBS 2TV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지난해 휴먼 코미디 '완득이'(감독 이한)로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평정한 유아인과는 드라마 안은 물론 밖에서도 피할 수 없는 명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마침 유아인은 젊은 배우 중 패셔니스타로도 손꼽힌다.

뉴욕 로케이션을 마친 뒤 이제훈은 "캐릭터 표현이 잘된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내면서 "재벌 후계자에 차도남은 처음 해보는 캐릭터라 대본을 보면서 표정이나 대사의 강약 등을 많이 연구하고 있다. 다른 배우들과 앙상블을 이뤄 좋은 작품을 잘해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감정표현, 시선, 대사처리 등으로 볼 때 이제훈은 철저히 준비된 배우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노력이 촬영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고 칭찬했다.

한편 이제훈이 영화와 드라마로 쌍끌이 흥행에 나서면서 '건축학개론' 제작사 명필름과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드라마가 히트한다면 영화 흥행에는 큰 도움을 주겠지만 이제훈이 드라마 녹화 스케줄 때문에 무대인사, 인터뷰 등 홍보활동을 소화하기 어려운 탓이다.

'건축학개론'측은 "이제훈측에서 영화 홍보에도 최대한 참여하기로 했다. 15일 오후 8시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리는 쇼케이스에도 참석을 요청해놓은 상태"라며 "부디 '패션왕'이 잘돼 영화에 도움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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