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 판결

'우승 경주마를 맞히지 못한다'며 수년간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해온 딸들이 꿈에도 그리던 엄마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경찰에 따르면 아버지 서씨(52)가 자신의 두 딸(13, 14세)를 폭행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01년부터.

고물상을 운영하던 서씨는 제주경마장을 들락거리다 제주시 한림읍 자신의 집 안에 기도방을 만든 뒤 딸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우승 경주마를 맞히도록 하루 평균 7~8시간 가량 매일 기도를 시키고, 우승마를 맞히지 못했을 경우에는 "왜 틀렸냐"며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둘러 왔다.

서씨는 우승마를 맞히는 3평짜리 기도방에 "아빠를 잘 따르라" "집중하라"는 등의 문구를 붙여놓고 아이들에게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게 했다.

두 딸은 정상대로라면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생이 돼야 하지만 아버지의 학대로 3년여 동안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처지였다.

서씨는 또 지난 2000년 9월에는 당시 아내인 전모씨(37)에게 '바람이 났다'며 흉기로 위협, 폭행하고 감금하기도 했다.

아내와 딸들을 수년간 폭행하고 학대한 서씨는 결국 지난 7월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가출한 딸의 얘기를 전해 들은 전씨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혀 같은 달 구속기소됐다.

전씨는 전 남편인 서씨가 구속되자 최근 법원에 딸들을 자신이 키우겠다는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제주지방법원 가정부 홍진호 판사는 전씨가 최근 청구한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과 관련, "변경 결정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홍 판사는 "상대방(서씨)이 청구인(전씨)과 2000년 11월 이혼하면서 딸들을 양육하고, 친권을 행사하기로 했는데 상대방은 두 딸을 감금한 채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서 기도를 강요하고, 때로는 폭행한 점과 현재 두 딸은 청구인과 같이 지내고 있는 점에 비춰 볼 때 두 딸에 대한 친권자 및 양육자를 청구인으로 변경함이 아이들의 원만한 성장과 복지를 위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홍 판사는 이와 함께 보육원에서 지내고 있는 막내딸(7)에 대해서도 전씨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한편 제주지법은 내달 7일 서씨에 대한 1심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뉴시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