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MBC 노조가 뉴스 등 대부분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총력 투쟁을 선언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3월12일부터 공정방송 복원과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43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대구지부(이하 대구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지난 19일 차경호 기획조정본부장을 대구MBC 사장으로 내정하자, 23일부터 TV와 라디오 뉴스 제작을 중단한 것을 비롯해 대부분 정규 프로그램 제작을 중단하고 ‘낙하산 사장 반대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대구MBC노조가 지난 87년 창립한 이후 파업으로 뉴스가 축소된 적은 있지만 정규 뉴스가 중단된 것은 25년만에 처음이다.

또 내년 창사 50주년을 맞는 대구MBC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권창모 대구MBC 노조 위원장은 “현 박영석 사장의 임기가 남아있는데다 경영 평가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특별한 사유도 없이 사장을 교체한 것은 지역사 자율경영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며 “청와대 낙하산인 김재철 사장이 또 다른 낙하산을 보내 지역MBC를 장악하려 하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대구MBC는 지난 2008년 이후 두 차례 연속 자체적으로 사장을 배출했다.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 비노조원이었던 간부 사원들의 동참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일 보직 국·부장 18명이 보직을 총사퇴하고 노조와 행동을 같이 하기로 한 가운데 이날까지 국·부장급 사원 23명이 노조에 재가입했다.

이 또한 대구MBC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대구MBC 노조를 비롯한 전국 18개 계열사 노조원 50여 명은 이날 오전10시부터 계열사 사장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MBC 본사 10층 주총장 입구에서 일방적 지역사 사장 선임에 대해 항의하는 농성을 벌였다.

대구MBC의 경우 현 박영석 사장의 사직서가 늦게 도착해 주총이 하루나 이틀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차경호 신임 사장 내정자가 25일 출근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지자 노조는 출입구를 모두 봉쇄하고 출근을 저지하기로 했다.

노조는 22일 차 내정자와 전화 통화에서 사장직을 사퇴할 것을 요구했지만 차 내정자는 “김재철 사장의 사장 선임을 거부할 의사는 없다. 지역사 사정을 잘 안다”며 “반드시 대구에 내려가겠다”고 밝혀 노조와 충돌이 예상된다.【대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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