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윤제원(33)씨는 3일 아들 진우(4)에게 어린이날 선물을 사주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백화점을 찾았다.

진우는 완구 매장을 지나다 한 모형 자동차 앞에 멈춰서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선물을 사주고 싶었던 윤씨는 12만원이 넘는 가격에 깜짝 놀랐다.

이 모형 자동차는 '세계 최고의 플라스틱 장난감'이라는 홍보 문구를 내세운 독일 P사의 제품이었다. 최근 아이들과 부모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고가 완구 브랜드다. 매장에서는 만원 내외의 작은 인형부터 30만∼40만원에 이르는 모형 주택까지 판매되고 있었다.

윤씨는 높은 가격에 잠시 주저했지만 '많은 부모들이 안전성이나 자녀의 창의력 개발 등을 고려해 이 브랜드를 선택한다'는 점원의 말을 듣고 지갑을 열었다. 하나 뿐인 아들의 첫 어린이날 선물로 값싼 장난감을 안겨주고 싶지는 않았다.

어린이날 아이들은 행복하고 신이난다. 맛있는 음식에 기분좋은 선물과 외출까지. 이날만큼은 아이들의 세상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님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린이날 아이들이 원하는 것들을 다 들어주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등골이 휠 정도다.

치솟는 물가에 덩달아 완구류 등 각종 장남감은 물론 옷과 신발, 가방 등도 거침없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안사주자니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사주자니 너무 부담스럽다.

특히 저출산 현상으로 가정에서 아이들이 더 귀한 존재가 되면서 높은 품질의 아동용품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도 커졌다. 어린이날 부모님들의 마음 한켠에는 씁쓸함을 느끼는 이유다.

실제로 고가의 수입 아동용품들은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스웨덴 왕실 지정 완구', '태국의 친환경적인 목재 완구', '페루 장인들이 만든 핸드메이드 인형', '나일강에서 수확한 유기농 면으로 만든 제품', '일본 황실 장난감' 등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홍보 문구도 다양하다.

웬만한 어른 선물보다 비싼 아동용 제품들도 많다. '아동복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프랑스 B사의 의류는 드레스 한벌에 수십만원, 코트 한벌에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벤츠, BMW, 람보르기니 등 외국 자동차 회사에서 제작한 승용 완구도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다.

5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 최향미(31)씨는 "아무래도 비싼 아동용품이 안전하고 아들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있다"면서도 "명품옷을 입고 다니는 것처럼 자기만족을 위해 아이에게 비싼 선물을 사주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위한 선물 가격이 껑충 뛰면서 어린이날을 맞은 부모들은 고민은 더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자녀들이 먼저 게임기나 스마트폰 같은 고가의 선물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초등학교 1학년생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 김승린(39)씨는 "아이가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게임기를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며 "가격이 비싸 부담이 되긴 하지만 다른 아이들도 갖고 있다는 얘길 들으니 안 사줄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어린이날 선물을 사고 외식이라도 하려면 이제 큰 마음을 먹어야 할 것 같다"며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이 몰려 있어 학부모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정말 부담되는 달"이라고 토로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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