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말 IMF 위기 때 잠시 주춤했던 드라마 해외촬영이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그림같은 외국 풍경 앞에 미남미녀 주연배우를 내세우니 통하더라는 제작진의 직·간접 옛 경험 탓이다.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파리의 연인’의 성공하자 ‘프라하의 연인’은 체코로 날아갔다. 이후 숱한 미니시리즈가 남녀주인공이 운명적으로 만나는 공간으로 해외 명소를 선택, 현지 촬영 후 1~2회 분량 정도로 내보내 왔다.

SBS가 선보이고 있는 드라마 3편도 마찬가지다. 일제히 다른 나라의 멋진 경치를 보여주며 시청자의 눈길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 문제는 호응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이다. 시청률은 오르지 않고 해당지역 관광 홍보효과만 커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수목드라마 ‘연인’의 무대는 하이난다오다. 주인공 이서진과 김정은 사이에 묘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낯선 땅이다. 중국 싼야시 여행산업발전국의 협조로 이뤄진 하이난다오 장면 덕분에 11%대에 머물던 시청률이 16일 15.6%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무대를 서울로 옮기자 시청률은 즉각 14.7%로 빠져나갔다.

18일 첫 방송된 특별기획 드라마 ‘게임의 여왕’도 주인공 주진모와 이보영을 외국에서 만나게 했다. 뉴질랜드관광청 협찬으로 현지 퀸스타운과 오클랜드를 배경 삼을 수 있었다.

뉴질랜드관광청 관계자는 “비자 업무부터 촬영장소 섭외까지 도맡았다. 체류비용 전액과 헬기 등 기타 촬영장비 도 지원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의 풍광이 비쳐진 18일 11.3%를 기록했던 시청률은 하지만 다음날 10.9%로 떨어졌다.

20일 첫 방송한 월화드라마 ‘눈꽃’에는 일본 미야자키현이 보인다. 미야자키관광청 측은 “현물 지원은 없었다. 촬영 장소 섭외와 50여명의 체류비 등을 부담했을 뿐이다. 나중에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눈꽃’이 방송되면 효과가 더 클 것”이라며 되로 주고 말로 받겠다는 계산을 공개했다.

김희선이 주연한 ‘스마일 어게인’은 상당부분 스위스에서 찍었다. 스위스관광청 관계자는 “여행지역 다변화를 통해 다양한 면모를 알리려고 드라마 촬영에 협조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알프스 리기산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연기자와 스토리 대신 배경만 기억해두는 시청자가 많은 셈이다.

이들 해외촬영 드라마는 아무래도 외국에서 촬영했다는 ‘티’를 내려든다. 군더더기처럼 느껴지는 장황한 신이 적지 않은 이유다. 캐릭터간 갈등, 스토리텔링 등 극의 완성도를 외국 분위기가 잠식하는 경우다. 자제력을 잃은 채 아까워서 못 버리는 순간 ‘다큐멘터리 드라마’ 꼴이 되기도 한다. 해외여행 정보는 드라마가 아니라도 곳곳에 차고 넘친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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