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격언이 있을 만큼 예부터 스승은 부모님만큼 존경받는 존재였다. 그러나 제31회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교사들은 연일 터져나오는 '학교폭력' 사건으로 신음하고 있다.

교사에 대한 욕설, 폭행 등으로 교권은 붕괴된지 오래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인재를 위해 부푼 꿈을 안고 교단에 선 초보 교사들은 "그저 아무일도 안터졌으면 좋겠어요"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학생들이 무서워요"…폭언·폭행에 노출된 교사들

지난 1일 오전 10시50분께 부산 K중학교에서는 복장불량을 지도하던 여교사가 여중생에게 폭행당해 실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K중학교 박모(47·여)교사는 2학년 A양의 복장불량에 대해 벌점을 줘야 한다며 A양의 손을 잡고 교무실로 끌고가려다 폭행을 당했다. A양은 박 교사의 손을 뿌리친 뒤 욕설을 하며 반항했다.

A양의 반항은 욕설에서 그치지 않았다. A양은 박 교사의 뺨을 수차례 때리고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 박 교사는 결국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3월 대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대구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월21일 오전 9시30분께 대구 서구의 한 중학교 3학년인 B양이 영어수업 중 여강사를 폭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B양은 수준별 영어수업 교실에서 계약직 영어강사 C(29·여)씨의 얼굴 부위를 양손으로 수차례 때리고 허벅지를 발로 찼다.

B양이 폭력을 휘두른 이유는 수업 중 시끄럽게 떠든다는 이유로 C씨에게 칠판지우개로 머리를 두차례 맞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은 한 두건이 아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지난달 발표한 '2011년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교권침해 사례는 모두 287건으로 2010년(260건)보다 다소 증가했고 2007년에 비해 1.5배 증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권침해 사례를 유형별로 보면 학생·학부모에 의한 부당행위가 115건(40.0%)로 가장 많았다.

학생·학부모에 의한 부당행위에서는 학생지도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폭행·폭언 등의 피해가 65건(56.52%)로 가장 많았고 경미한 체벌에 대한 담임교체 요구 및 과도한 폭언 등 피해가 각각 29건(25.22%)으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학생지도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폭행·폭언의 경우 2010년(47건)에 비해 65건으로 38.3% 급증했다.

◇발령 받자마자 초보 교사 기다린건 '학교폭력'

최근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등 학교폭력이 전 사회적인 문제가 된 상황에서 갓 교단에 선 초보교사들의 고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임용고시에 합격한 초보교사 D씨는 올해 지방 모 고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았다. 첫 담임이라 학생들의 얼굴을 보면서 내 아이라는 마음에 가슴을 설랬다.

그러나 그 설램은 하루만에 불안으로 바꼈다. 개학한지 이틀만에 학교폭력이 발생한 것이다.

같은 반 아이가 몸짓이 왜소한 아이의 체육복을 빼앗으려고 했지만 이를 거부 당하자 학급 뒤로 끌고가 구타를 해 이가 부러졌다.

학교폭력이 일어났지만 같은반 친구들은 말리지 않았다. 자기에게 해가 돌아올까봐 그저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 종례시간때 아이들을 모아놓고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고 야단을 쳤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냉소였다.

이가 부러진 아이의 부모는 학교로 쳐들어왔다. 흥분한 학부모에게 멱살을 잡힌 D교사는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수없이 되풀이해야 했다. 교감과 교장은 학급 관리를 못했다고 야단을 쳤다.

며칠 뒤 폭력을 휘두른 학생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강제전학을 보내려면 학교폭력이 일어났다는 것을 교육청에 보고를 해야한다.

그러나 교육청에 보고를 하면 관리자 진급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고 학교가 시끄러워질 것을 우려한 학교는 강제전학 대신 등교정지 5일을 내리고 자진전학을 권했다.

하지만 아이가 자진전학에 응하지 않자 폭행을 당한 아이의 학부모는 또다시 항의했다. D교사는 다시한번 머리를 숙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났다.

한달이 지나자 또다른 문제가 생겼다. 같은 반 아이와 이성친구 문제로 싸우던 한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게 된 것이다. 아이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도 돌았다.

D교사는 아이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달랬다. 주말도 포기하고 상담했다. 하지만 아이는 상담을 한 다음날 자살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가출을 했다. 아이의 집은 쑥대밭이 됐고 D교사는 학부모와 함께 경찰서에 가출 신고를 했다.

처음 가본 경찰서에서 여성청소년계 형사는 "선생님 때문이다. 아이가 이렇게 될때까지 뭐했나? 죽으면 선생님이 책임질꺼냐?"고 윽박 질렀다. 무서웠다. D 교사는 그간 상담기록을 꺼내들며 방어를 했다.

아이는 결국 친구네 집에서 발견됐고 교사는 가슴을 쓸어내려야했다.

D교사는 "다른 교사들은 더이상 학생들에게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며 "이런 일이 생길때마다 교사로서의 사명감보다는 그저 아무일이 없길 바라며 시간을 때우는 성향이 강해진다"고 토로했다.

◇"교권 지키기 위한 제도적 방안 마련돼야"

전문가들은 스승의 날을 앞두고도 학교폭력, 교권붕괴로 어수선한 학교 분위기의 전환을 위해서 교권을 회복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교총 안양옥 회장은 "학교현장의 교권침해사건은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교권의 사기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며 "특히 학생들에 의한 교권침해가 증가하는 것은 교실붕괴 현상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문제 학생들에 의한 교실의 수업 방해 및 일탈행위에 대해 선량한 다수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권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총 신정기 교권국장은 "학교도 작은 사회로서 제도적인 면에서 권리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고 상과벌이 공존해야 함에도 이런 것들이 잘 이뤄지지 않아 교실위기, 교권붕괴 등이 나타났다"며 "인터넷, 방송, 영화, 게임 등이 익숙한 학생들의 예절교육 부재 등의 사회적 요인과 핵가족화 등 가정적인 이유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자긍심과 교권이 추락한 교사에게 열정과 전문성을 기대할 수 없다"며 "소수 학생·학부모의 부당행위는 궁긍적으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만큼 학생과 학부모는 문제 발생시 감정적 대응보다는 대화와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등 제도적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직사회도 전문성 향상과 학생 교육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야 교권 확립과 스승 공경 풍토가 조성된다"며 "교직사회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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