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가에 절로 미소가 맺힌다. 행복한 웃음이다. MC 박정숙(42)의 얼굴은 행복한 설렘으로 가득하다. 결혼…. 19일 비로소 한 남자의 아내가 된 박정숙은 “기분이 묘하다” “아주 기쁘다”고 말했다.

박정숙에게 결혼은 꼭 해야 할 것은 아니었다. 일에 빠져 때를 놓친 여느 여성과 다를 바 없다. “짝을 찾는다?’ 어떻게 보면 쉬운 말인데 세상에 이런 인연이 있다는 게 고맙기만 하다. 그동안은 모든 선택의 기준이 나 혼자였지만 이제는 함께할 수 있다는, 평범한 미래가 너무 설렌다”고 털어놓았다.

박정숙은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재영(37)씨와 이날 오후 2시 작은 교회에서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린다. 주례는 존경하는 목사, 사회자는 친구다. 양가에서 가족과 친지 50명씩만 초청, 1시간 동안 예배를 본다.

예물·예단은 물론 화환이나 축의금도 생략했다. 청첩도 내지 않았다. 모바일 청첩장으로 대신했다. “사회생활도 할 만큼 했고, 둘만의 결혼, 부담스럽지 않게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단출한 반지가 전부다. 예복도 이씨는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정장에 보타이로 분위기를 냈다. 박정숙은 국내 패션디자이너의 드레스를 빌렸다. 협찬제의가 들어왔지만 거절했다.

웨딩사진도 결혼식 두 시간 반을 앞두고 몇 장 찍은 것이 전부다.

결혼식에 든 비용은? “뭘 그런 것까지”라며 손사래를 친다. “교회 빌리고 호프키즈(Hopekids) 관현악단 선생님 드리고, 다 포함해서 1000여만원 정도?”

신경 쓸 일이 없지는 않았다. 주변사람들 때문이다. “‘어느 정도 예물은 해야지’ ‘ 해외여행은 가야지’라는 말들이 쏟아져 순간순간 ‘정말 그렇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시부모에게 불손한 것은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분들이 다 필요없다며 힘을 줬다”고 밝혔다.

결혼 결심이 선 뒤로는 자로 잰 듯 모든 일이 착착 진행됐다. “(결혼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게 편하고 안정되게 흘러가고 있다”며 즐겼다.

결혼은 애초 6월 이후를 계획했으나 이씨가 이달 말 국회 등원을 앞두고 있어 앞당겼다. “국회의원일 때 결혼한다는 것 자체가 민폐가 될 수 있고, 의원으로 전념해야 할 시기에 결혼으로 시끄럽게 하기 싫었다”고 설명했다. “많은 분의 관심에 감사하며 모범적으로 잘 살겠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에서 대학 선배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이씨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을 개최하는 민간기구인 세계경제포럼의 아시아팀 부국장이다.

박정숙은 “당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지원으로 설립된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한국 측 대표로 총회에 참석해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며 “처음에는 일로 만났는데 서로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고 말도 잘 통해 호감이 생겼다”고 전했다. 박정숙은 컬럼비아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씨가 제네바로 떠난 뒤에는 화상통화를 하며 더욱 가까워졌다. “좋은 친구를 만난 것 같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특히 종교도 같다”며 흡족스러워했다.

만남 100일째 되던 날 이씨가 전화로 ‘결혼하자’고 한 게 프러포즈의 전부이지만 모든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이씨는 나이가 어리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강직하다. “무엇보다 시어머니가 참 대단하다. 나보다 다섯 살이나 어리고 국회의원인데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 밀어줬다”며 고마워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13대 국회의원을 지낸 도영심(65)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스텝(STEP) 재단 이사장이다. “어머니는 ‘둘이 동반관계를 형성하면 사회에 도움이 되는일을 두 배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숙이는 사회생활 많이 했으니 남편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열심히 일한 여성이 결혼생활도 잘한 다는 것을 보여주며 잘 살라고 했다.”

박정숙은 후배들에게 조언도 했다. “좋아라는 일을 하며 열심히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도 발전하고 자기에게 맞는 배우자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경제력 때문에 행복해야 할 결혼이 두렵거나 꺼리는 경우를 자주 봤다. 돈이 부족해도, 부모에게 도움을 받지 않아도 결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신혼여행은 6월께 여수로 다녀올 생각이다. 자신이 국제홍보위원으로 활동 중인 여수세계박람회 현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둘 다 바쁜 일정으로 잠시 미뤘다. 신랑도 그렇고, 나 역시 매주 목·금요일 경희대 국제교육원 강의와 토요일 EBS TV ‘토크 N 이슈-영어 강국 코리아’를 진행해야 한다. 결혼 이후에도 일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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