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동홍동 주민센터 홍기확

▲ 서귀포시 동홍동 주민센터 홍기확
2007년 8월 29일. 나의 첫 아이가 태어났다. 동시에 나는 아빠가 됐다.
육아는 어렵다. 언제 애를 키워본 적이 있어야지!

당시 나는 여느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초보부모”이자 “초보아빠”였다. 세상을 살면서 “초보” 딱지를 평생 뗄 수 없는 기능, 기술, 자격증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부모 되기”, “부모 자격증”을 꼽고 싶다.
나는 거의 다 자라 이제는 천천히 성장하는데 아이는 그렇지 않았다. 매 초에 30만Km를 달리는 빛의 속도와 매 초 340m를 간다는 소리의 속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이의 빠른 성장속도에 보폭을 맞추기가 힘들었다. 무수한 노력을 했지만 나는 아직 초보아빠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어떻게든 잘 키워보겠다고 육아서적을 50권 정도 미리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핏덩이 같은 아이를 제대로 안는 데까지는 3개월 이상이 걸렸다. 읽었던 많은 책에 아이를 안는 방법이 있긴 했지만, 역시 이론과 실제는 달랐다.

아이를 목욕시키는 건 매일 시험을 보는 것과 같았다. 집사람에게 겉으론 태연해했지만 목욕시간이 되면 근육 여기저기가 뻐근해지고 가슴은 콩닥콩닥 뛰었다.

아이가 걷고 말을 하고, 놀이를 즐길 줄 아는 나이가 되니 내 고민은 더 커졌다. 직설적으로 말해서 나랑 노는 것보다 엄마랑 노는 게 더 재미있나 보다. 아마도 엄마는 그날그날의 기분에 구애받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아이와 놀지만, 나 같은 경우는 재미없는 놀이를 하자고 하면 노는 둥 마는 둥 하니 놀이의 종류에 따라 부침이 심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게다가 그 날의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라 열정적으로 노는 날이 있는가 하면 아닌 날도 있다. 아이는 일관적인 반응을 요구한다. 오히려 내가 더 아이처럼 굴었다.

예전에는 소리도 지를 때도 있었는데 다행히 이런 행동은 각종 심리학, 육아서적, 자기계발서적 50여권을 읽고서는 없어졌다. 미친 것 같지만 50여권을 10개월에 걸쳐 읽으며 끊임없이 답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화가 나도 도망갈 수 없는 불쌍한 엄마와는 달리, 나, 아빠는 화가 나면 도망갈 수 있다. 도망가서는 마음을 추스르려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 어떻게든 답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는 아빠 아니면 엄마뿐이다. 아빠가 흔들리면 아이가 불안해한다. 아빠의 감정이 불규칙하면 엄마가 초조해한다.

최근에 아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야단을 치거나 잔소리를 좀 했다. 이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아이가 나와 놀지 않으려고 하고 심지어는 계속 눈치를 봤다. 집사람 역시 불안해했다. 이번에는 1달여의 짧은 기간에 20권정도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또한 새로운 시도로 각종 육아 다큐멘터리도 섭렵했다. 기껏 소리 지르는 걸 없앴는데 이제 사소한 행동에 야단치고, 쫓아다니며 잔소리를 하다니!

지금은 해답을 찾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 찾은 단서는 하나다. 아이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나에게 있다. 아이는 발달과정에 따라 스스로 잘 크고 있다. 나는 발달과정에 따르지 못하고 절뚝거리며 걷고 있다. 아이와 거리가 멀어지자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해 아이의 소맷자락을 잡고 늘어지고 있다.

언제쯤 “아빠”가 아닌 “부모”가 될까?

예전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는 버릇을 고치던 시기에 읽었던 책 『Scream free』(한국책명 : 「부모혁명 스크림프리」 - 부제 : 소리 지르지 않고 자기 주도적인 아이로 키우는 새로운 교육법)의 어느 문구가 생각난다. 직설적인 미국식 표현이 낯설긴 했지만 직역해보면 이렇다.

『아이는 부모의 인격완성을 돕는 도구이다.』

나도 아이 덕분에 많이 자랐다. 인격완성은 못했지만 여전히 인격도야를 하며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격완성에 가까이 왔다고 생각할 때마다 아이는 새로운 숙제들을 던져준다. 그러고는 멀찍이서 웃으며 “아빠! 아직 한참 멀었어! 힘내!”라고 외친다.

이 녀석. 멋진 놈이다. 미운 6살. 잘 때만 귀여운 녀석. 아빠는 어딘지 모르게 달리고 있다. 이 녀석을 한 번 놓치게 되면 쫓아가지 못할 것 같아서. 이 녀석보다 큰 녀석이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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