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으로 옮겨붙은 유로존 재정위기가 구제금융으로 진화될 수 있을까.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은 국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외신에 따르면 결국 스페인 정부는 9일 은행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1000억유로(미화 1250억달러) 상당의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유럽연합(EU)은 이를 즉각 수용해 집행을 승인했다. 이로써 유로존 내 4위 경제대국인 스페인은 유럽에서 구제금융을 받는 4번째 국가가 됐다.

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재무장관은 유로존 재무장관 화상 회담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스페인 은행권의 자본확충을 위해 유럽연합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며 "구제금융의 규모나 조건 모두 만족할만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유로존 재무장관들 역시 회담 후 성명서를 내고 "스페인 은행들이 안전한 수준에 이르도록 구제금융을 지원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스페인 은행들은 충분한 자본확충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스페인에 구제금융 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은행감독기구(EBA),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이 과정에 함께 참여한다.

구제금융 자금은 협의에 따라 스페인 정부가 아닌 스페인 은행권 자본확충기금인 '스페인은행지원기금'(FROB)을 통해 은행권에 지원된다. 유로존 국가들은 구제금융 지원 조건으로 추가적 긴축 조치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국제사회는 일단 환영하는 입장이다. IMF는 환영의 입장을 밝혔고,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세계경제의 안정을 공고히 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오는 17일 실시되는 그리스총선을 앞두고 스페인에 대한 우려를 보내왔다. 오는 17일 그리스 선거에서 긴축에 반대하는 좌파 정당이 승리할 경우 시장 혼란이 겉잡을 수 없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스페인이 독일 등 유로존이 바라던대로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됨에 따라 유로존은 그리스의 선거 결과로 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질 경우에 대비한 1차 방화벽을 갖추게 됐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4위 경제대국인 스페인의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면 유럽이나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가 그리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을 해왔다. 독일 은행들이 갖고 있는 스페인 채권이 그리스의 10배에 이른다는 점도 우려의 원인이었다.

국내에서는 주식·외환시장이 스페인 구제금융 신청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지를 지켜봐야 한다. 무디스가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등 세계 17개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것으로 알려진데 따른 여파도 관심사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관계자는 10일 뉴시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유로지역이 그리스 선거를 앞두고 발빠른 모습을 보이며 방화벽을 쌓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어떤 측면에서는 결단의 시그널로 볼 수 있지만 구제금융 규모가 시장의 예상보다는 더 큰 규모"라며 "시장의 시그널을 지켜봐야 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보다도 유럽국가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가 더 중요하고, 그 반응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페인 구제금융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번져나가는 것을 쉽게 막을 수는 없다"며 "유럽위기가 퍼져나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유럽 재정위기가 스페인으로 확산되면서 유럽 전체가 어려워지고 있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부정적인 영향이 심화되고 있고 무역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스페인 구제금융과 17일 그리스 선거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선거 결과가 바람직하게 나오면 유럽위기가 점차 수습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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