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전교조 제주지부 투쟁 선포, 제주교육연대 기자회견

학생들은 꿈을 잃고, 교사는 긍지를 잃고, 학교에는 교육이 사라지고 있다.
뛰고 부딪히며 서로를 느껴야 할 체육시간에, 목청을 높여 노래를 부르고 화음을 맞추며 친구에 대한 배려를 배워야 할 음악시간에, 내면의 소리를 듣고 아름다움을 느껴야 할 미술시간에, 책을 읽고 느낌을 공유하며 자아를 형성해가야 할 국어시간에 오직 일제고사 대비 문제풀이만 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꿈이 자랄 시간은 없다.
휴일 등교 강요, 0교시 및 야간자율학습 강제실시, 예체능시간 영수 문제풀이, 학습부진아 낙인찍기, 성적 향상자 상품 제공 등 반교육적 폭력이 학교를 절망의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
이것이 제학력갖추기평가 10년, 전국일제고사 5년의 우리 학교 현실이다.
교육에 관련된 모든 것들에 순위를 정하고 정보를 공개하여 무한경쟁에 몰입하게 만드는 교육정책의 최전선에 제학력갖추기평가와 전국일제고사가 있다. 평상시 교육활동을 통해 가르치고 배운 것이 아닌 전국적으로 획일화된 시험지에 따라 진행되는 일제고사는 교육활동의 주체가 되어야 할 교사와 학생을 들러리로 만들어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방해 할 뿐이다.

일제고사 종주국인 미국마저 폐지 여론에 휩싸이고 있는 지금, 교과부는 시도교육청 평가에 일제고사 결과를 반영하여 예산을 차등배정하고, 교육청은 일제고사 성적을 올리는데 기여한 학교와 교사에게 연수 및 재정적 특혜를 제공하고, 학교와 교사 평가에 반영하는 등 일제고사를 통해 경쟁과 서열화를 더욱 조장하며 교육을 파괴하고 있다.

교과부의 시장만능교육정책은 또 있다.

교과부는 적정 규모의 학교를 육성하여 교육효과를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농산어촌 지역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강제하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의 3,000여 개 학교를 경제적 효율성만 내세워 구조조정 하겠다는 학교통폐합 정책은 국민적 공론 없이 추진되는 독재적인 발상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농산어촌 공동체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다.

2011년 교육통계에 따르면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인 통폐합 대상 학교수는 3,138개로 전체 학교 수 대비 27.7%에 이른다. 제주지역인 경우 초등학교 절반 가량이 통폐합대상이 된다. 농산어촌에서는 아이를 기르지도 말고 살지도 말라는 것이 아니라면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교과부는 학교통폐합 정책을 폐기하고 농산어촌 소규모학교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강화해서 학교를 지역의 교육ㆍ문화ㆍ복지의 중심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소규모학교 통폐합 추진으로 얻어 질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OECD 평균 수준의 교육환경을 만들어 교육의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에 방향을 두어야 한다.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과 학교에 대한 지원을 통해 교육격차를 줄이고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정부와 국가의 책임인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지난 10년간 학교교육을 파행으로 몰아간 제학력갖추기평가와 일제고사 문제를 묵과할 수 없기에 도민과 함께하는 일제고사 폐지투쟁을 총력 전개할 것이다. 그리고 농어촌 어린이들의 희망과 마을공동체를 빼앗아가는 소규모학교 통폐합정책을 폐기하는 투쟁을 통해 작은 학교를 지켜나갈 것이다.

우리는 교과부장관과 제주도교육감에게 다시 한번 다음과 같이 엄중하게 요구한다.

첫째, 경쟁교육을 유발하는 도일제고사인 제학력갖추기평가 예산을 삭감하고 폐지하라.
둘째, 일선 학교의 일제고사 대비 교육과정 파행을 점검하고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를 표집으로 실시하라.
셋째, 일제고사에 응하지 않는 학부모,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여 학교별 대체프로그램 및 체험학습을 허용하라.
넷째, 「적정규모 학교 육성 계획」을 전면 폐기하고 농산어촌 학교통폐합 강제하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악을 중단하라.


2012년 6월 14일
교육공공성 강화와 교육복지 실현을 위한 제주교육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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