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하루방의 허튼소리]

 

정치 불모지인 제주지역에서 민주화 운동에 평생을 바쳤던 사람이 있다.
젊었을 당시 목소리가 드높았던 그는 이젠 눈은 점차 침침해지고 발음이 조금은 세는 듯 하지만 그래도 거친 들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졌던 '野性'의 정신은 여전히 건재하다.

오늘 필자가  이같이 서론을 길게 나열하면서 설명하고자 하는 이는 바로 민주통합당 윤춘광 제주도의회 의원이다.

제주해군기지 관련해 필자는 그와 장시간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함께 강정마을 촌민들이 자신이 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념적으로 갈등 속 편 가르기 속에 허무하게, 그리고 너무나 무참하게 한쪽으로 내몰리는 현상에 대해 거친 울분을 토했다.

그리고 그는 동료가 된 도의원 후배들에게도 어떠한 타협에도 굴하지 말고 대의를 위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말고 나아가야함을 강조했다.

그런 그가 너무나 강직해서일까. 아니면 필자가 잘못 봐서일까
필자가 점심시간에 마주친 그의 모습을 보면 동료의원들보다는 정책 전문 의원들 아니면 외부 인사들과의 식사 자리를 종종, 아니 매번 보게 된다.

그래서일까.
도의회 내에서는 윤춘광 의원을 대하는 후배들이 ‘어려워한다’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진정 민주 정치를 위해 정치길에 나선 후배들이 그가 ‘어려워해서일까’ 아니면 30여 년 동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야성’이 무서워서일까

# 그는 도의회 본회의에서 감추어졌던 정치적 야성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5일 오후에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윤춘광 의원은 후반기 원 구성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집중 질타하고 나섰다.

윤춘광 의원은 제주도의회 유구한(?)역사 이래 의장을 상대로 의원이 직격탄을 날린 사성 초유의 인물이 됐다.

이날 윤 의원은 박희수 의장을 향해 “소위 (기존 정치를 타파하고 새롭게 깨끗한 정치를 해나가자고 만든)민주당이 추대로 해서 의장으로 뽑힌 자가 바로 야합의 주모자”라고 거친 단어로 도의회 각 상임위별 위원 정수 조정과 관련해 교섭단체에서 벌어진 밀실협약을 들어 공격했다.

이날 윤춘광 의원은 ▸ 농수산위에 1명 증원하고 행정자치위에서 1명을 빼는 꼼수, ▸ 기피 상임위인 교육위원회에서 새누리당 의원 배제하는 꼼수, ▸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복지위에서 배제된 꼼수, ▸ 복지위원회에 4명의 산남출신 도의원을 배정하는 꼼수 등의 사례를 들면서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이에 박희수 의장과 박원철 민주당 원내대표는 “선배 고견에 감사하다. 오해가 발생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이들은 더 이상 이러한 논란이 도민사회에 확대, 생산 되는 상황을 막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듯 했다.

제9대 젊은 제주도의원들이 도의회에 입성할 당시 도민들의 기대는 하늘을 찔렀다.
그리고 반이 지난 지금 도민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 밥에 그 나물”, “도의회만 들어가면 사람들이 변한다”, “기존 인물이나 새로운 인물이나 하는 일이나 행동은 ‘大同小異’ 등 등

‘아무 탈 없이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면서 목에 깁스하는 의원들이 생겨나는 이 시점에 본회의에서 멋지게 ‘一喝’하는 의원 1명 정도 있는 현재의 상황에 필자는 오늘 너무나 뿌듯하다.

이러한 개혁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은 타파의 정신, 그리고 어떠한 타협 속 유혹에도 소신대로 밀고 나가려는 뚝심.

왜 현재 도의원들은 이러한 모습이 안 보이는가!!

선거당시 유권자들을 상대로 바른 정치, 도민을 섬기는 머슴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그들의 용기와 신념은 다 어디 갔는지...비 올듯 검디 검은 하늘을 보면서 오늘도 필자는 궁금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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