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제주참여환경연대/제주주민자치연대/제주환경운동연합/곶자왈사람들/탐라자치연대/서귀포시민연대 공동 성명서

“의회 승인 없는 예비비 무단전용 묵인, 제주도의회의 직무유기와 무능을 강력 규탄하며, 대도민 공식사과를 요구한다!!”

“도민과 법질서 무시한 우근민 제주지사를 비롯, 민간기탁금 불법전용한 범도민추진위원회와 제주도청, 검찰고발할 것”

9대 의회는 다를 것으로 기대했다. 제주도민들은, 8대 의회가 일사부재의 원칙을 어겨가며 의장대행이 의사봉도 없이 주먹으로 행했던 절대보전지역해제동의안 날치기통과라는 촌극을 절망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투표로서 과감한 심판을 내렸다. 당시 날치기통과에 참여했던 의원들 대부분 낙선하고,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던 여당은 그 자리를 야권에 넘겨주었다. 새로운 지방정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 받으며 출범한 9대 의회였다. 사안에 대한 의원 개인과 각 정당의 의견 및 입장 차이를 떠나, 절차적 ․ 정치적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모습이 두 번 다시 제주사회에 재연되서는 안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 제주사회는, 합리적인 지방정치가 아직은 요원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도민이 부여한 대의기관으로서의 권위와 의무를 져버리고, 제주사회가 가진 자정능력의 수준을 힘껏 끌어내리는 결정을 의회 스스로 내린 것이다.

7대경관 타이틀 구입을 위해 제주도민이 쏟아 부은 혈세 수백억원이, 과연 삶의 질 향상과 관광업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의 여부를 검증하는 과정은 없었다. 도민사회의 합당한 문제의식을 대변하여, 집행부를 향한 검증과 토론의 날을 세워야 했던 제주도의회는 침묵했다. 일부 의원의 문제제기에 응하는 도지사와 관련 공무원의 태도 또한, 불성실과 일관성없음의 연속이었다. 백 번 양보하여, 여기까지는 정치적 공방으로 폄훼되어도 도민사회가 용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예산의 승인과 집행은 전혀 다른 문제다. 문제제기는 법에 근거하지 않으나, 예산의 집행은 엄연히 관련 법에 의거하여야 한다. 예측불가능한 지출요인이 발생하였을 경우에만 도의회의 승인을 받아 집행할 수 있는 예비비를, 의회 승인 없이 무단으로 전용한 제주도지사에 대해, 그 누구보다 분노하고 대응절차를 밟았어야 했던 것은 다름아닌 제주도의회였다.

공무원들을 대거 동원한 전화투표로 인해 행정전화비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은 상식적으로 아무도 없었으며, 설령 7대경관 제주선정 추진사업이 옳은 일이었다 하더라도, 법과 상식과 정치적으로 당연히 밟았어야 할 의회승인절차를 거치지 않은 예비비 집행에 대해 묵인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닌가. 항간에 회자되는 ‘제주도정과 의회가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낭설과 오명을 벗어나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음으로써, 제주도의회는 스스로 7대경관 사기극의 공범이 되기를 자처한 셈이다.

애초 예비비 불법집행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7대경관 사기극을 바라보는 제주사회는, 의회 스스로 이 문제에 적극 대처할 것으로 기대하고 기다려왔다. 자정노력을 기울일 기회를 준 것이다. 그러나 어제 예결특위의 원안가결과 오늘 본회의의 승인을 통해 제주도의회는 스스로 권위와 의무를 져버리고 정치적 사형선고를 내렸다. 향후 비슷한 일이 발생하고 반복되어도 제주도의회는 문제를 제기하고 대응할 명분을 잃었다. 선례란 그만큼 무서운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의 과오를 거울 삼아 대오각성하는 모습을 의회에게 기대하는 것은 점점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제주지역의 시민사회를 비롯하여, 이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전국의 합리적 시민들은 제주도의회의 대도민 사과를 요구한다. 또한, 여러 경로를 통해 7대경관 사기극의 문제점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음에도 사과는커녕 변명으로만 일관하고 있는 우근민 제주도지사에 대해서도 심각한 유감을 재차 표명하는 바이다.

제주도의회가 끝내 묻지 못한, △제주도지사의 예비비 불법집행 △범도민추진위와 제주도 ․ KT가 함께 벌인 민간기탁금 불법전용 등, 7대경관 제주선정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명백한 잘못들의 법적책임을, 이제 시민사회가 묻고자 한다. 또한, 온갖 불투명하고 반상식적인 과정을 통해 지출된 수백억원의 혈세가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어느만큼 돌아갔는지(수익구조)도 밝혀져야 할 것이다. 실체도 불분명한 외국의 민간사업자와 국내통신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결과였음이 공식적으로 밝혀진다면, 7대경관 사기극에 동참한 모든 단위에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법률자문과 검토, 관련 자료 수집을 통한 대응준비를 마친 바 있으며 관련자를 고발하는 고발장을 7월 23일 월요일 제주지검에 제출할 예정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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