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애플과의 특허소송 이후 첫 출근한 자리에서 고위 임원에게 "잘 하라"며 평상심을 유지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과의 미국 법원 소송에서 사실상 완패 이후 나온 이 회장의 첫 발언이라 관심이 집중된다.

29일 삼성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초강력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를 강타한 28일 새벽 6시20분께 서초사옥으로 출근해 곧바로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등을 불러 애플 특허소송을 보고 받은 뒤 "잘 하라"는 짧은 지시를 내렸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보고를 받으며 경영현안을 챙겼다"며 "애플과 소송 등에 대해 보고를 받고 별다른 지침 없이 '잘 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 회장의 "잘 하라"는 지시에 대해 삼성 내부에서는 특허 소송을 이끌고 있는 실무진들을 신뢰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소송에서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 분위기에 휘말린 것 또한 주요 패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와중에 이 회장이 실무진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한 만큼 향후 소송이 강경 모드로 진행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애플과 소송에 대해 이 회장이 수시 보고를 받지 않지만, 실무진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한 것을 보면 이번 평결을 계기로 향후 소송에서 강경 모드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한편 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법의 배심원단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평결에서 일방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9명의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 6건을 고의로 침해됐다고 결론 내린 뒤, 삼성전자가 애플에 10억5185만 달러(한화 약 1조200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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