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판결을 앞둔 삼성家 형제간 유산소송의 여진이 오는 19일 열리는 이병철 전 삼성 회장(창업자)의 25주기 추모식을 둘러싼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아들인 이재현 CJ 회장 쪽은 삼성 쪽에서 일방적으로 추모행사를 방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 쪽은 CJ쪽이 일부러 감정싸움을 일으키려는 것이라며 맞섰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일 호암재단의 '통보'로부터 시작됐다.

"올해 이병철 회장 추모행사와 관련해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는 삼성그룹이 참배한다. CJ·한솔·신세계그룹 등은 오후 1시 이후 자유롭게 참배한다".

'통보'의 내용 중 특히 CJ쪽을 자극한 것은 이동통로와 한옥이다.

CJ는 발끈했다.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 쪽에서 선영으로 들어가는 정문 출입을 막고 이병철 회장의 생전 가옥이던 선영 내 한옥도 사용하지 못하게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삼성은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다.

"이병철 회장 선영에는 정문·뒷문의 개념이 없으며, 한옥은 영빈관으로 사용하는 주거시설로, 제수(차례에 쓰는 음식)를 준비하는 곳"이라는 것. "앞서 제수와 제기는 삼성이 사전에 준비한다고 알려줬기 때문에 (CJ) 한옥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

이유야 어찌됐건 유치하기 짝이 없다. 물론 그룹 승계자인 이건희 회장 쪽과 이병철 회장의 적장손인 이재현 회장 사이의 '적통' 다툼의 모습이다.

지난 2월 제기된 유산소송 역시 상속재산을 두고 벌어지는 싸움이지만, 3남인 이건희 회장의 그룹 승계와 3세 이후의 승계 구도 등 범삼성가의 정통성에 대해 장자인 이맹희 전 회장 등이 맞서며 제기한 것이다.

이뿐인가. 형제간 상속 분쟁이 한창인 가운데 CJ 회장 미행 사건과 술접대 파문 보도 등 오해를 살 만한 일들이 연달아 터져나오면서 CJ와 삼성 간 해묵은 갈등까지 표출되는 상황이다. 관련 그룹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조차 편을 가르느라 분주해 보인다.

배경이야 어떻든 대한민국 1등 재벌이라는 삼성가의 친형제가 상속 분쟁에 휘말려 설전을 벌이는 광경은 볼썽사납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호사가들은 막장 드라마와 다를 바 없다며 연일 입방아다. '돈은 피보다 진하다' '유치한 돈싸움'이라는 비아냥 섞인 소리까지 들린다.

옛 말에 백중지간(伯仲之間)이라는 말이 있다. 형제는 비슷하고 닮았기에 비교평가해 우열을 가리기 힘들며, 또 서로 비슷해 낫고 못함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과 형제들…,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종업원과 국민, 나아가 세계와 역사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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