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보유 이란산 '파즈르-5' 제거 '총력’...5일간 공습으로 미사일 대부분 파괴…남은 미사일까지 제거하려면 지상군 투입 불가피

● 10월 23일(이하 현지시각) 발생한 수단 하르툼 무기 공장 대규모 폭발
● 11월 14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서 하마스 군사 지도자 아흐마드 알 자바리 사망

이스라엘이 지난 14일 하마스를 상대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한 핵심적인 이유는 위에 언급한 두 가지 사건의 공통점인 ‘파즈르 5’ 때문이다.

먼저 지난달 23일 발생한 수단 수도 하르툼 무기 공장 폭발 사건에 대해 수단 정부는 이스라엘이 전투기 4대를 동원해 폭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폭발한 군수공장은 이란산 미사일 파즈르 5를 조립하고 보관한 장소로 알려졌다. 이달 14일 이스라엘이 무인정찰기를 동원해 표적 암살한 아흐마드 알 자바리는 새로운 미사일 전략을 구상하며 파즈르 5를 들여온 인물이다. 하마스의 박격포와 로켓의 사거리가 9km~48km에 불과해 이스라엘을 효율적으로 공격할 수 없다고 판단한 알 자바리가 파즈르 5를 이란으로부터 사들였다.

파즈르 5는 이란이 1990년에 제조한 것으로 사정거리는 75km에 달한다. 가자지구에서 파즈르 5를 발사할 경우 이스라엘이 성지로 여기는 ‘심장부’ 예루살렘과 최대 산업도시 텔아비브까지 공격할 수 있다.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대폭 늘어나 하마스의 전력이 강화되자 위협을 느낀 이스라엘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파즈르 5 조립공장을 폭격한데 이어 알 자바리까지 살해한 것이다. 이에 하마스는 지난 16일 예루살렘과 텔아비브에 파즈르 5를 발사해 이스라엘의 우려를 현실로 보여준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18일 보도한 ‘장거리 로켓포로 하마스 전력 강화(With Longer Reach, Rockets Bolster Hamas Arsenal)’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의 말을 통해 하마스가 파즈르 5를 이란에서 수단을 거쳐 이집트 사막과 시나이반도를 거쳐 가자지구로 들여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파즈르 5의 거대한 규모 때문이었다. 미사일 1개의 길이는 6.1m(20 피트)에 907kg(2000 파운드)에 달하는데, 이것을 싣고 이집트 사막에서 시나이 반도를 지나가는 트럭 행렬을 이스라엘이 확인한 것이다.

이스라엘이 공습 이후 끊임없이 지상군 투입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 역시 파즈르 5를 절멸시키기 위해서다. 이스라엘은 지난 14일 이후 5일 동안 가자지구를 공습하며 하마스가 보유한 100여 기의 파즈르 5 중 대부분을 파괴했지만 남은 미사일까지 모두 제거하고 관련 공장을 공격하기 위해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하마스가 곳곳에 숨겨놓은 미사일을 찾아 제거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공습만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벤자민 네타냐후 총리가 14일 공습 이후 줄곧 군사작전 확대를 주장하고 18일에도 “하마스와 같은 테러 단체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군사작전 확대를 준비 중이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이 이처럼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선뜻 지상군을 투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득’이 ‘실’보다 클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전면전을 시작할 경우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 규모가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맹렬한 비난이 커질 것은 명백하다. 4년 전인 2008년 12월 가자지구 공습 때만 해도 이스라엘 주변 국가들이 친미 독재정권을 유지하며 이스라엘 공습을 묵인했지만 지난해 중동을 휩쓴 자스민혁명을 거치며 대다수 국가에 이슬람정권이 들어선 것도 한 요인이다. 이스라엘로서는 하마스만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똘똘 뭉친 아랍권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한다고 하더라도 하마스를 완벽하게 소탕할 수 있는지도 역시 의문이다.

가자지구 공습이 길어질수록 이스라엘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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