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웨더 반기성, “지구온난화는 기상 현상을 나쁜 쪽으로 강화시켜”

지난 26일 전국 곳곳의 수은주가 영하 17도 아래로 뚝 떨어졌다. 56년 만의 최강 한파다. 28일에 대구에 적설량 약 13cm의 눈이 내렸고 눈 없는 도시로 유명한 부산과 울산에도 눈 폭탄이 쏟아졌다. 60년 만의 폭설이다.

▲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 (뉴스한국)
강력한 한파가 한반도를 강타해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12월로 들어서면서 ‘올 겨울 최강 한파’ ‘관측 이래 최저 기온’ ‘적설기록 경신’ 등의 수식어를 생산하면서 각종 이변을 낳고 있다.

‘겨울에 눈이 내리고 추운 것은 당연하다’라고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느끼는 추위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에서부터 밀려 내려 온 한파 탓이기 때문이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겨울도 더 따뜻해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기겠지만 이것이 바로 ‘지구온난화의 역설’이다. 겨울은 더욱 추워지고 여름은 더욱 더워지는 식으로 기상은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쪽으로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 유독 추운 겨울,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고장 난 북극

모든 결과에는 그 원인이 있다. 한반도 겨울을 겨울답게 만드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시베리아 고기압인데, 올 겨울 시베리아 고기압이 더욱 강화되면서 최악의 한파가 닥쳤다. 그렇다면 시베리아 고기압은 왜 유독 강해진 것일까. 원인은 북극에서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러시아 우랄산맥 근처의 북극해인 카라해와 바렌츠해가 얼지 않았다.
두 번째, 10월 하순부터 시베리아 지역의 눈 덮인 면적이 증가해 지면의 온도를 급격히 떨어뜨렸다.
세 번째, 북극지방을 둘러싼 제트기류가 헐거워져 북극에 머물고 있던 차가운 공기가 그대로 남하했다.

제트기류는 지상 1만m 높이에서 시속 100~250km의 속도로 북극을 둘러싸며 돌고 있는 공기 흐름이다. 마치 북극을 감싸고 있는 띠와 같아서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띠가 헐거워지면 찬 공기가 함께 밀려 내려오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북극에서는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지구온난화의 역설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공군기상전대장을 맡아 ‘공군기상전대의 전설’로 불리다 예편한 뒤 현재 민간 기상예보업체인 케이웨더에 근무하고 있는 반 센터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첫 번째, 지구온난화로 인해서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 북극해에 해빙(海氷, 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얼음)이 녹을 경우 곧바로 바다가 드러난다. 얼음이 있을 때에는 태양의 알베도(반사한 태양빛의 비율)가 크니까 북극은 계속 차가워질 수 있다. 하지만 얼음이 사라진 북극해는 열을 많이 흡수하고 기온이 따뜻해진다. 해빙이 녹음으로 인해서 원래 북극이 가지고 있던 건조하고 차가운 성격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따뜻해진 북극해에서 발생한 수증기가 인근으로 전달되면서 시베리아와 몽골에 눈이 많이 내리고, 이것이 다시 피드백해 시베리아 고기압을 발달시키고 있다. 눈은 알베도가 굉장히 높고 복사냉각효과가 높다. 시베리아 고기압은 지표면이 추울 수록 급격하게 발달하는 만큼 시베리아 지역의 눈 덮임 현상이 시베리아 고기압을 강화시킨 것이다.

세 번째, 북극의 한파를 막아주는 제트기류는 북극의 기온이 낮을수록 즉 북극과 그 아래 지역의 온도차가 클수록 강하게 응집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서 북극의 기온이 상승해 해빙이 녹고 북극 고유의 성격이 사라지면서 제트기류 위쪽과 아래쪽의 기온차가 적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서 제트기류의 응집된 힘이 약해진다. 제트기류의 흐름이 약해지면서 북극을 둘러싸고 돌던 띠 형태가 사행(뱀이 구불구불 기어가는 것과 같은 모양)하며 남쪽으로 처지고, 중위도까지 내려오면서 한파를 몰고 오는 것이다.”

# 살인병기 날씨, 혹한으로 사망자 속출

제트기류가 어디까지 쳐지느냐에 따라서 지역별 기온 차는 들쭉날쭉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달 중순(이하 현지시각) 이후 불어 닥친 살인적인 한파로 최근 130여명이 저체온증과 동상으로 목숨을 잃었고, 800여 명이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모스크바는 영하 30도를 시베리아는 영하 60도를 기록했다. 러시아는 원래 추운 나라이니 이 정도 추위쯤은 일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가장 추운 시기에도 이렇게까지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투바 공화국은 1주일 동안 영하 40~47도를 기록하는 살인적인 한파가 이어지자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중국 신장위구르차지구 역시 이달 중순경 영하 4.91도까지 내려갔고 다른 지역에서도 영하 40도 아래로 수은주가 뚝 떨어지는 강추위로 몸살을 앓았다.

이달 초 북유럽 스웨덴 스톡홀름에는 적설량 40cm의 폭설이 내렸고 25일 북부 지방의 수은주는 영하 38.5도를 가리켰다. 동유럽 역시 강추위로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12월 초부터 영하 15도 이하의 강추위가 일주일 동안 이어지는 등 혹한으로 80여 명이 길과 집에서 사망했으며 동상으로 병원을 찾은 주민은 600명을 훌쩍 넘었다. 폴란드에서도 약 60명이 강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사망했다.

반면 프랑스는 29년 만의 고온 현상으로 23일 기온이 24.3도를 기록했고,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기온은 22도까지 올라갔다.

남반구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북반구와 달리 지금 남반구의 계절이 여름이긴 하지만 ‘살인적인 더위’라는 표현이 제격일 정도로 기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북반구에 비해 바다의 면적이 넓은 남반구의 여름은 북반구의 여름보다 서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같은 과학적인 설명이 이번에는 잘 통하지 않는 실정이다.

26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기온은 43.2도를 기록하며 97년 만의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는 24일 36.7도의 높은 온도를 보였고 체감온도는 무려 45.5도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혹한과 폭염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으로 북반구와 남반구 모두 힘든 계절을 지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특성 중 하나는 기온과 날씨의 변동 폭이 크다는 것이다. 추운 곳은 더 춥고 더운 곳은 더 더워지는 식으로 지역적인 편차가 심해지고, 한 지역의 기온 편차도 커진다.”

Q. 우리나라에 닥친 강추위나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혹한과 폭염은 분명 이상 현상인가?

“그렇다. 저도 35년 동안 기상 예보 분야에서 일을 해 왔는데 과거의 개념을 가지고는 지금의 기상 패턴을 쫓을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나심 탈레브 교수가 말한 ‘블랙스완’ 현상이 기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블랙스완 현상, 백조는 흰색일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검정색 백조가 나타날 경우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믿음’이 한 순간에 깨지는 것-편집자 주) 인간이 수백 년 동안 익힌 기후변화에 대한 체험과 통계가 무의미해져가는 것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날씨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기후변화의 가장 큰 문제다.

앞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의 상승과 하강의 진동폭은 굉장히 커질 것이다. 지구 평균기온은 완만하게 상승하겠지만 폭염과 혹한이 올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Q. 많은 사람들이 지구온난화라는 표현에 익숙해진 상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서 얼마나 심각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나?

“지난 2008년 미얀마를 강타한 태풍 나르기스로 13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3년 유럽을 강타한 최악의 폭염으로 7만 여 명이 사망했다.

날씨가 재난 형태로 다가오고 있다.

기상변화로 국가 안보가 흔들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이 CIA(중앙정보국) 내에 기후변화를 담당하는 조직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기후변화를 우습게봐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굉장히 안이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가지고 올 어려운 점들은 상당히 심각하다. 지구온난화는 기상 현상을 나쁜 쪽으로 강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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